독일 갤럭시탭 판금 항소심 판결 내달로 유보

`애플 디자인권 유효성` 쟁점 부상

 독일 법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패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항소판결을 다음 달로 미뤘다. 최종 결과가 다시 안갯속에 휩싸이면서 삼성과 애플은 피말리는 전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법조 전문가들은 최종 판결은 △애플 스마트패드 디자인권이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삼성 제품이 유사한가 2개 쟁점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 없어진 독일 법원=독일 뒤셀도르프법원은 지난 25일(현지시각) 가처분 항소 1차 공판을 열었으나 최종 판결을 내리지 못했다. 최종심은 다음 달 9일로 연기됐다. 독일 법원이 결론을 유보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없어졌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담당 판사도 1차 항소심에서 삼성과 애플에 유리한 발언을 번갈아 쏟아냈다.

 요한나 브루에크너 판사는 “우리는 애플의 유럽연합(EU) 내 디자인 권리가 광범위하지는 않더라도 중간 범위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애플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는 “삼성의 갤럭시탭 독일 판매 사실을 애플이 이미 6월께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판매금지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유럽 전역 판매금지는 물 건너가=브루에크너 판사는 이날 “애플은 판매금지 처분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기를 바라지만 독일 외 지역에서 판매금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유럽 전역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였던 방침을 바꿔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독일에 한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권은 특허권과 달리 유럽공동체상표디자인법에 따라 한 국가 판결이 유럽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효력을 갖고 있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변호사는 “유럽 전역에 가처분 판결을 내리려면 그만큼 확실한 디자인권이라는 판단이 서야 한다”며 “최종 판결이 독일에 한정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디자인권 침해가 설사 인정되더라도 강력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디자인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네덜란드 법원이 똑같은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유럽 전역 판매금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자인권 유효 여부 쟁점 부상=법조 전문가들은 가처분 판결은 우선 애플이 갖고 있는 스마트패드 디자인권 자체가 유효한지부터 결론이 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다는 애플 주장에 맞서 미국 법정에 42년 전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한 디스플레이 장치까지 증거로 제시한 상태다. 이미 영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아이패드 디자인은 일반화된 것이어서 디자인권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지난주 네덜란드 법원은 이런 맥락에서 애플 아이패드 디자인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본소송이 아닌 빠른 결론이 요구되는 가처분 항소심에서 과연 디자인권 성립 여부까지 판결할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많다. 유효 여부를 떠나 애플이 일단 등록한 디자인권을 근거로 갤럭시탭 10.1이 모방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애플 디자인권 유효 여부는 본소송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가처분 항소심이 디자인 모방 판단에 맞춰져도 최근 애플이 갤럭시탭을 아이패드와 유사하게 보이도록 사진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애플에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독일 지역에만 갤럭시탭 10.1 판매를 보류한 것은 애플 주장이 타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가 많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