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런 애플 CEO 사임이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공급을 깨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티브 잡스와 손정의 회장이 각별한 우정에 힘입은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판매 지위가 위태하다는 말이다.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면 일본 이동통신 시장의 지각변동뿐 아니라 한국 스마트폰 업계의 해외 사업 전략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시카와 쓰쓰무 등 일본 IT 전문 저널리스트들은 스티브 잡스 사임과 소프트뱅크 아이폰 독점의 함수 관계를 풀어냈다.
애플은 아이폰 독점 판매 정책을 풀었지만 일본은 아이폰 독점 판매가 굳건하다. 1위 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작년 말부터 뒤늦게 불기 시작한 일본의 스마트폰 특수에서 소프트뱅크의 승승장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혜에 가까운 애플과 소프트뱅크 관계는 IT 업계 두 거인의 신뢰가 밑거름이다. 지난 2010년 세계개발자회의(WWDC) 현장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은 이를 잘 증명한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후 WWDC를 개최한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저명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정의에게만 직접 아이폰4 특징을 시연했다.
아이패드에서도 두 사람의 끈끈한 관계는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달리 구매 고객이 이동통신사를 고를 수 있는 방식이다. 1위 사업자 NTT도코모는 아이패드 판매를 준비했지만 손정의가 직접 스티브 잡스를 만나 설득, 일본만 이 기능을 뺐다고 전해진다.
잡스 사임은 아무래도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에 악재다. 더욱이 후임 CEO로 내정된 팀 쿡이 판매관리의 달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독점 공급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WWDC에서 손정의는 팀 쿡과 담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과 소프트뱅크의 신뢰가 당장 깨지지는 않겠지만 밀월 관계 지속은 어려워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이 풀리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NTT도코모는 삼성전자 갤럭시S2를 전략제품으로 밀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35만대나 팔릴 정도로 갤럭시S2의 인기는 상한가다.
일본 시장은 여전히 아이폰4가 판매량 1, 2위를 다투고 아이폰5의 기대심리도 높다. NTT도코모가 아이폰을 공급할 경우 갤럭시S2가 받는 귀빈 대접도 장담할 수 없다. 한편 NTT도코모는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아이폰 공급 협상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