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내 경제ㆍ증시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양적완화와 같은 특별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단 시장과 소통하는데는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애초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서 낮았기 때문이다.
이들 전문가는 버냉키 의장이 9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경기부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 또 다른 기대감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이 다음달 내놓을 카드는 3차 양적완화보다는 그에 준하는 유동성을 공급할 대안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연준 보유 단기채의 장기채로의 전환),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하 등이 해당된다.
다음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할 경기부양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이번 버냉키 발언으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겠지만, 유럽 신용경색 리스크나 악화된 기업 실적은 주가 반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
버냉키가 시장이 원하는 발언을 해줬다. 시장이 원하는 단어를 잘 선택했다. 그 요지는 현재 상황은 긴박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회복의 여지가 있다는 점, 회복이 지연되면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겠다는 점, 그 수단은 다양하게 있다는 점 등을 말했는데, 이는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3차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하, 9월 초 오바마 정부 부양책의 지지발언 등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수단들이 효과를 거둘지 여부이지만, 미국의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
버냉키 의장이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다음달 FOMC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심각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해 시장에 기대감을 줬다. 버냉키 의장이 평소 하루 하던 회의를 이틀에 걸쳐 하겠다고 한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것도 투자자들이 안도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이 다음달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3차 양적완화는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이 될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별다른 카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기에 이번 연설은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문제가 펀더멘털로 이어져 기업 이익 전망이 하락할 수 있는 시점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업종별, 종목별 실적 위주의 접근을 권한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
버냉키에 대해서는 원래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기대감은 여전히 남겨뒀다. 9월 FOMC에서 뭔가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래서 미국증시 입장에는 플러스로 받아들였다. 2008년 QE1은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신용안정에 기여했고, 부실도 정리해줬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QE2는 금융기관의 자금이 기업가계에 흘러들어 갔으면 하는 기대에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유가를 폭등시키면서 물가만 올렸다.
QE3을 하면 QE2와 같은 효과가 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립서비스만하고 자생적 회복을 기다리며 재정적 도움만 줄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현재 한국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30%, 유럽이 70%다. 유럽의 그리스발 국가부도와 신용위기 확신이 한국증시 조정을 부른 핵심요인이다. 더블딥은 우려에서 30%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8월에 5조원 팔았는데 3조원이 유럽계 1조원만 미국계다. 수급상 유럽계 영향이 크다. 한국증시는 선행지수라 이미 올랐고, 미국은 버냉키 발언에 이은 안도랠리 정도를 한 것이다. 국내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내주에는 미국 제조업.취업자 지표가 나오는데, 별로 안좋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분석팀장
버냉키 의장이 결국 3차 양적완화를 내놓지 않았다. 이로써 시장의 관심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5일 이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부양책에 쏠릴 전망이다. 버냉키 의장이 초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돌리고 주요 정책이 발표되면 다음달 FOMC에서 후속책을 내놓으려는 것 같다.
이 점에서 버냉키 의장이 워싱턴 정치권을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을 측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촉진을 내용으로 하는 의외로 강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이 후속조치로 다음달 FOMC에서 `대안적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그간 거론됐던 단기채권을 장기채권으로 바꾸는 정책이나 연준의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하 조치 등이 그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버냉키 의장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쁘다고 봤지만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본다.
다음주 국내 증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피는 1,800선에 안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저조한 흐름을 보인 대형주들이 선전하며 코스피 상승 흐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에 주목하는 접근을 권한다.
▲동부증권 장화탁 주식전략팀장
시장에서는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버냉키 의장은 9월 FOMC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시장은 항상 소통을 중시하는데 소통에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최근에 나타났던 문제가 실물경제 지표가 부진한 탓도 있었지만 시장 불안감으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를 위협했다. 정책 당국자가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중요한데 9월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한국시장은 그간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결과로 단기적으로는 좋게 반응할 것 같다. 다만 9월로 넘어가면서는 유럽 신용경색과 관련된 이슈가 두드러질 것이다.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가 많고,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과 관련된 담보 설정 논란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
이번에 양적완화를 안 한 것이 한 것보다 더 낫다. 버냉키 입장에서는 강수를 두기가 쉽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반발도 있다. 9월 FOMC 회의를 예외적으로 이틀간 하면서 다양한 대책들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 이번 연설의 요지였다.
이번에 양적완화를 했다면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양적완화는 본원통화를 푸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압박하게 된다. 양적완화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상황이 되면 긴축완화 등으로 내수부양이 필요한 중국이 코너에 몰릴 수 있다. 버냉키가 양적완화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했는데 9월에도 어렵다고 본다. 양적완화는 막장에 가서 검토할만한 대책이다.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다.
이번 버냉키 연설이 우리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다만 조금 더 긴 시각에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양적완화 기대로 오름세를 보이던 유가가 버냉키 연설 이후 약보합으로 돌아섰다. 앞으로도 미국의 민간 수요가 부진하고 리비아 사태 등 중동 리스크가 약화됨에 따라서 유가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의 숨통을 튀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준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다.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수단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지준부리율 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 은행의 초과지준에 대해서 연준이 이자를 주는 것인데, 지준부리율을 낮추면 연준에 예치됐던 자금이 다시 은행쪽으로 돌아와서 시중에 풀릴 여지가 생긴다.
▲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
9월 FOMC에 뭔가를 내놓겠다고 시기를 못 박은 것이 효과가 있어 미국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9월 FOMC에서 초과지급준비금률 인하 등 시장에서 원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온다고 하니 생각보다는 버냉키가 수단이나 시간 면에서 구체적인 뭔가가 있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 좋은 쪽으로 결정내리면 안된다고 하더니 결국에는 좋은 쪽으로 액션을 취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를 따라 코스피는 1,850선까지 리바운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