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54)잊혀져가는 인터넷 서비스들

 인터넷의 라이프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너무 변화 속도가 빨라 일반인들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한때 방문자들로 북적이던 인터넷 사이트들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인기 서비스의 위세에 눌려 자꾸만 변방으로 밀려날 운명에 처했다. 물론 이들 인터넷 서비스들도 한때는 남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사업 모델로 추앙받으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도 한순간에 물거품 처럼 사라지는 게 이 세계의 냉엄한 논리인 모양이다.

 미 방송사인 폭스뉴스는 네티즌들로부터 한창 인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대표 인터넷 서비스 8가지를 소개했다. 이들 서비스들을 보면 인터넷 업계의 부침이 얼마나 심한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다.

 △고커 닷컴(Gawker.com)=고커 닷컴은 가십 전문 사이트다. 인기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이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민감한 가십성 기사들을 제공,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장 조사업체인 ‘컴피트 닷컴’에 따르면 올해 고커 닷컴의 트래픽은 75% 가량 줄었다.

 △챗룰렛(Chatroulette.com)=‘안드레이 테르노브스키(Andrey Ternovskiy)’라는 러시아의 한 청년이 17세인 지난 2009년 하반기 선보인 인터넷 서비스다. 전세계의 모르는 사람과 랜덤 방식으로 화상 채팅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었는데, 서비스 초창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신의 알몸이나 외설 장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외설 사이트로 변질되어 일반인들의 관음증을 자극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 챗룰렛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딕닷컴(Digg.com)=‘케빈 로즈’가 지난 2004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방문자들에게 인터넷에서 어떤 포스팅이 인기를 끄는 지 알 수 있도록 링크 정보를 제공했다. 딕닷컴을 보면 현재 인터넷에서 어떤게 화제가 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서비스의 방문자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8백만에 이르렀던 방문자가 최근 3백만 수준으로 하락했다.(자료:컴피트 닷컴)

 이제 더이상 네티즌들은 인터넷 이슈를 보기 위해 딕닷컴을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훑어본다

 △마이스페이스=이제 마이스페이스는 공동품 같은 존재처럼 되었다. 컴피트 닷컴에 따르면 작년 7월 월 방문자가 6천4백만에 달했으나 올 7월에는 3천만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폭스뉴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마이스페이스의 추락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방문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비보닷컴(Bebo.com)=지난 2005년 출범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비보는 ‘Blog Early, Blog Often’의 축약어다. 2008년 AOL이 8억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AOL은 지난해 이 회사를 1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폭스뉴스는 비보닷컴이 페이스북이나 텀블러와 유사한 서비스라며 왜 AOL이 헐값에 매각했는지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비보닷컴은 작년 2백만에서 최근 이용자가 60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살롱닷컴(Salon.com)=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매거진이다. 지난 1년간 1백만 가량의 방문자가 줄었다. 37% 가량 하락한 수치다. 주요 편집자가 후선으로 물러난 게 원인 하나로 꼽혔다. 현재 ‘살롱닷컴’은 정통 매거진인 ‘더 뉴욕커’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블로거/타이프패드 닷컴(Blogger/Typepad)=블로그가 죽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긴 포맷의 블로그보다는 140자 트위터에 빠져들었다. 트위터 열풍에 블로거 닷컴, 타이프패드 등 블로그 사이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컴피트 자료에 따르면 블로거 닷컴과 타이프패드 닷컴은 사용자가 25~30% 가량 감소했다. 이에 비해 슬림화된 형식의 블로그 도구인 ‘워드프레스’는 이용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슬래시닷(Slashdot.org)=지난 97년 블로그로 출범한 테크노로지 전문 뉴스 사이트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따르면 슬래시닷컴 월 방문자는 한때 5백만을 넘었다. 독특한 사업 모델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20여개의 수상 경력도 있었다. 그러나 폭스뉴스는 현재 이 사이트의 가입자가 10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