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변치않는 귀금속 금의 가치 때문인지 상당수 기업이 장기근속 사원에게 금을 선물한다.
최근 근속 20년을 맞아 회사에서 주는 열 돈짜리 황금 열쇠를 받아든 한 대기업의 부장은 속으로 "심봤다"를 외쳤다. 주위 동료들도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금값이 돈당 5만원 가량에 불과했던 시절엔 단순히 회사에서 주는 기념품 정도로 여겼던 황금열쇠가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한 달 월급과 맞먹을 정도로 가치가 격상되서다.
반면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자 기업들은 생각지 못한 부담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은 사원들의 사기를 위해 장기 근속자에게 금붙이를 선물하는 관행을 유지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최근의 금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장기 근속자에게 금붙이를 선물하는 `전통`을 뚝심있게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근속 10년차부터 5년 단위로 순금 최소 5돈에서 최대 35돈이 소요되는 `통큰` 금메달을 선물한다. 최근 금값이 한돈에 25만원을 돌파했음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장기 근속 직원들이 받는 금메달 가격은 최대 875만에 달하는 셈이다.
포스코건설은 1~5돈짜리 표창패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금목걸이를 각각 장기 근속자들에게 증정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근속한 사람들의 기여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라면서 "금만큼 상징적이고 환금성이 좋은 대체재를 찾기도 어려워 계속 금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역시 최근 금값 폭등에도 계열사별로 근속한 직원에게 황금명함과 금박 입힌 기념패 등을 주는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재작년부터 SK를 상징하는 `행복날개` 배지를 금으로 만들어 근속자에게 나눠줘 호응을 얻고 있다.
SK 관계자는 "금값이 상승함에 따라 `금 기념품`의 값어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금으로 된 기념품을 주는 관례를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도 근속 축하 행운의 열쇠를 기존 그대로 지급하고 있다.
매년 11월15일 창립기념일에 장기 근속자를 포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올해도 변함없이 30년 근속자와 25년 근속자에게는 각각 30돈과 25돈짜리 금을 제공하거나 그 금액에 해당하는 해외 여행권을 준다.
20년 근속자와 15년 근속자, 10년 근속자에게는 금 20돈, 15돈, 10돈 또는 해당 금 시세만큼을 롯데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작년에는 10년 근속자가 190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금 가격 상승으로 상품권 액수가 250만원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수혜자들이 벌써부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SPC그룹도 근속 기간에 따라 10년에 7돈, 20년이면 20돈 짜리 금반지를 준다. 최근 금값이 많이 오르자 현금으로 주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회사의 전통을 포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 대신 금값이 쌀 때 미리 구매하자는 제안이 있어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도 근무 기간에 따라 10년 5돈, 20년 10돈, 30년이면 20돈짜리 금 제품을 주고 있는데, 금 시세가 오르더라도 근속자 포상 방식을 유지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단협에 정해진 대로 장기근속자에게 금메달을 지급하고 있다. 15년 근속자에게는 금 4돈, 20년 근속자에게는 6돈이 지급된다.
현대제철은 근속연수 10년 이상부터 순금 메달을 주고 있다. 최근 금값 상승으로 부담이 늘고 있지만 그대로 시행 중이다.
STX팬오션은 금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10년, 20년 근속자에게 5돈짜리 금명함판을 주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통운은 20년 근속자에게는 금반지, 25년 근속자에게는 금메달을 줘 축하하고 있다. 최근 금값이 치솟아 금붙이를 주는 게 적지않게 부담 되지만 금값에 비례해 20년, 25년 근속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측면이 있는만큼 직원 사기 차원에서 지속할 방침이다.
금붙이 대신 장기 근속자에게 해외 여행 경비나 현금, 상품권을 지급하는 회사도 일부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모범사원과 장기근속 포상시 현금과 상품권, 휴가를 지급하고, LG전자는 장기근속자를 위해 10년, 15년, 20년 등 5년 단위로 복리후생 포인트, 포상휴가, 부부동반 해외여행 등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1997년을 기점으로 장기 근속자에게 금반지를 주던 관행을 바꿔 해외 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0년, 15년 근속자에게는 항공권, 20년 근속자에게는 현금을 지급하며, 포스코는 장기근속자들에게는 사내 복지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