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한 달째 요동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글로벌 재정위기 확산 여파로 증시 전체가 악재에 휩싸인 탓이지만, 코스닥은 내성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9일 장중에는 지수가 404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붕괴 직전까지 갔다. 코스닥을 바라보던 기업들도 자금 조달의 꿈을 미루거나 접고 있다. 지난 6월 말 이후 서머랠리로 기세를 올렸던 코스닥의 좌절과 원인, 대안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빠질 때도 있지만, 더 빨리 회복하는 게 코스닥만의 강점 아닌가요.”
“증시 외부 요인보다는 기업의 성장성 그 자체에 주목할 수 있잖아요.”
한때 이런 칭찬을 듣던 코스닥이 표류하고 있다. 등락은 있었지만 지향점을 상실한 하강국면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와 구별되는 강점이자 특징이었던 성장성과 투자 매력은 시장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시장 외부 요인에 휩쓸려 지수가 곤두박질치는가 하면, 예전에는 며칠 또는 몇 주면 되찾곤 했던 상승탄력도 없어졌다.
코스닥은 지난 상반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20일 457포인트까지 밀렸던 코스닥이 오랜만에 기운을 되찾는 듯 했다. 이후 8월 1일 544.39까지 무려 19%나 급등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7.5%밖에 오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코스닥이 이때만큼은 이름값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신용 강등(현지시각 8월 5일) 이후 코스닥은 곤두박질쳤다. 8월 9일 장중에 404까지 찍더니 막판 다소 회복한 432.88로 마감했다. 이전 30거래일 만에 오른 수치보다 7거래일 만에 까먹은 수치가 더 많았다.
반면에 코스피도 연초 하강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 27일 2200선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그 뒤에도 2140~2180선을 오가는 강세 국면을 세 차례 이상 더 만들어냈다. 이후 코스피가 세계증시 폭락과 함께 한국 대표 지수로서 타격을 받고 무너지기는 했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시간을 누린 뒤였다.
이를 두고 증시에선 “그래도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사상최고점이라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코스닥은 한번 상승에 한번 하락으로 모든 게 끝이었다”는 허탈한 분석까지 나왔다.
하강 뒤 코스닥에 별다른 상승 에너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절망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주도주가 딱히 없고, 종목별 사업 전망이나 업종 흐름을 특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스닥의 들쑥날쑥 분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주도형 테마가 형성되거나 투자자 지형이 바뀌는 근본적 변화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낙폭과대로 인해 상승세를 펼치면서 코스피시장과 차이를 좁히고 있지만 이러한 상승세를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개인주 위주의 코스닥 시장에 기관·외국인의 참여가 없으면 시장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표/올해 주요 지점 지수 변화(종가기준)
자료:한국거래소
이진호·김준배·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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