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교육의 창 아시아]<3>몽골 교육이 바뀐다. 울란바토르대학교

[창의교육의 창 아시아]<3>몽골 교육이 바뀐다. 울란바토르대학교

 칭기즈칸은 말 위에서 세계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세계는 칭기즈칸 나라로 몽골을 기억한다. 칭기즈칸 후예들이 다시 달린다. 그들은 말이 아닌 문화와 학문, 기술로 무장한 채 글로벌시장으로 뛰어가고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동쪽으로 5㎞ 떨어진 곳에 울란바토르대학교가 위치한다. 몽골 교육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역이다. 국제 수준 인재양성을 기치로 기존 교육 틀을 벗고 학생중심 창의교육을 실천하는 울란바토르대학교와 부속 초·중·고등학교를 찾았다.

 

 몽골의 짧은 여름은 건조하지만 한 낮 기온은 여느 온대 국가와 마찬가지로 높다. 여름방학 기간에도 울란바토르대학교 부속초등학교 컴퓨터실에는 어린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눈빛을 초롱거리며 이들이 만지작거리는 것은 컴퓨터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이미징 소프트웨어로 그린 자신의 그림을 마우스로 손보고 있었다.

 “재미있어요. 앞으로 의료시설 관련 기술을 공부하려고 하는 데 컴퓨터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 나아요.”

 아마르타이빙(12세) 양은 학교에서 마련한 여름 컴퓨터교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는다. 방학기간 동안 그녀와 함께 학교를 찾는 친구들은 총 20명 정도다. 학생들 집에도 PC가 있지만 학교에 나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엥흐아마르(11세)군은 “집에 혼자 컴퓨터를 하면 게임만 하기 일쑤”라며 “모르는 것을 배우고 옆에서 도움 주는 선생님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바씅설 부속초등학교 교사는 “방학기간에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은 학생들 컴퓨터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며 “중요한 것은 이미 짜인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공부하고, 선생님은 필요할 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업시간 중 선생이 직접 얘기하는 내용은 별로 없다. 학생들이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응하는 것이 선생의 역할 대부분이다.

 부설초등학교는 한 학급이 20~50명으로 편성된다. 특이한 것은 일반 교과 외에 교사들이 창의와 품성에 기초한 전문 교수법을 직접 개발, 일선 교육과정에 적용한다. 교사들에게 지도방식 자율권을 상당부분 인정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행복한 여정’이라고 불리는 국토대장정 행사다. 초등학생 300명 정도가 학교에서 무려 43㎞ 떨어진 국립공원 ‘테를지’까지 걸어서 왕복하는 행사다. 열악한 도로 탓에 자동차로도 무려 1시간 반이 소요되는 거리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신동환 학생처장은 “학생에게 힘든 여정이지만 길을 걷다 보면 몽골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자부심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며 “학부모들이 오히려 이 프로그램을 더 선호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에서는 부모님을 동반하지 않는 2박 3일 야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몽골인 양성’이라는 취지에 맞춰진 행사다. 전통가옥 ‘게르’에서 학생들이 숙식하며 지리와 역사에 관한 토론과 놀이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부응키 위한 외국어·체험교육은 부설초등학교의 강점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와 영어를 공부한다. 단순 수업이 아니라 영어캠프나 경시대회 등을 통해 현지인과 교류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린다.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머뭇거림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튀어나올 정도다.

 방과 후에는 15개가 넘는 다양한 동아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다시 공부한다. 이 많은 프로그램 참여에 강제는 없다.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이 학교는 몽골 어린이 청소년교육본부로부터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로 인정받았다.

 부속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자율적 교육은 옆 건물에 위치한 울란바토르대학교로 이어진다. 그동안 몽골교육은 사회주의 중심에 입각, 창의·인성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에서도 동아리는 물론 음악·예술교육이 없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꿔가는 선도 주자가 울란바토르대학교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학생이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나라 대학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몽골에선 낯선 일이다. 동아리 활동도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자체 동아리 구성작업을 시작했다. 그룹사운드 ‘패도라’, 댄스동아리 ‘로열티’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로봇동아리, 봉사활동 동아리 등이 구성돼 운영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대학이 인문 교양 분야를 안 가르치는 것과 달리 울란바토르대학교에선 1학년 과정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김홍민 처장은 “인문학 과정에 이어 올해는 법대를 구축한다”며 “기존 교육체계를 바꾸는 게 학교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변하지 않고 ‘국제화에 걸 맞는 인재양성’을 이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IT기반의 첨단 교육인프라는 타 대학이 부러워하는 이 대학교 강점이다. 정보접근센터는 물론 몽골 내 대학 최초로 논문자료원문 검색시스템과 컴퓨터 워크스테이션으로 강의하는 교육시설을 갖췄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습득한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한 대외협력 프로그램도 많다. 울란바토르대학교에서 2학기 이상을 수강한 재학생이면 교환협정을 맺은 외국 협력대학에서 1년간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현재 한국에만 60여개 대학과 교류협정이 체결된 상태다. 미주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까지 10여개 대학과 교류를 진행 중이다. 협력하는 기업과 기관이 국내외 30여곳 있다. 기술, 농업, 자동차, 항공, 의료, 교육, 문화, NGO,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다.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아나르(22세) 군은 “타 대학의 교육과정과 달리 교수가 학생들과 몇 달 동안 함께 생활할 정도로 언어교육도 체험위주로 진행 된다”며 “졸업 후에는 주요 관공서나 외국기업, 대기업에서 곧바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병무 교수는 “경제수준이 넉넉지 않은 몽골이 단순한 모방교육으로는 다른 국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며 “몽골 학생들의 개방성, 끈기, 기술에 대한 뛰어난 수용성 등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창의교수 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몽골)=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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