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죈 과학벨트 `기초공사` 잘될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과학벨트 2017년까지 전체 예산 내역

 기초연구 지원비 50.4% 줄어든 1620억원, 연구기반 조성비 62.5% 준 150억원, 중이온 가속기 구축비 37%준 290억원….

 적게는 37%에서 많게는 62.5%까지 줄어든 내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예산 심의 결과다. 액수로는 4100억원이 2100억원으로 줄었다. 심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진행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논란이 됐던 D·U·P 연합캠퍼스와 GIST캠퍼스 건설 및 정주여건 조성비는 간곳이 없다.

 우리나라 기초·원천 연구의 기반이 될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제대로 추진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 내년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던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은 물론이고 대구와 광주의 연구기반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줄어든 예산으로 우수한 연구자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의 유치 여부에 과학벨트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삼성을 봐라, SW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언제까지 인프라 지원에만 매달려야 하는가. 이제는 인적자원 중요성부터 뒤돌아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연구단 평균 65억 지원=내년 국과위가 선정할 25개 연구단 운영비는 개당 평균 130억원에서 64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설계비와 공사계약료도 설계비 150억원만 책정됐다. 중이온 가속기는 시제품 제작비 170억원이 빠지고, 상세설계비 290억원만 반영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단을 한꺼번에 선정할 것이 아니라 단장과 함께 단계별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보면 당초 예산계획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30일 마감하는 기초과학연구원장에 대한 하마평도 벌써부터 무성하다. L씨 등 3~4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글로벌을 지향한다면 국내 인물보다 아예 해외 과학기술자 가운데 정책집행 경험을 가진 인물을 초빙해야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가속기가 완공되더라도 이를 운용할 국내·외 인력 확보는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속기를 전문으로 하는 물리학자 수가 국내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고급인력을 유치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 페르미랩이나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 등 대규모 연구시설 등과 과학기술자 유치경쟁을 펼쳐야하는 상황이다.

 ◇사이트랩 대구·광주 뭐하고 있나=인프라 조성비가 한푼도 책정되지 않은 대경권(대구, 포항, 울산)과 광주권은 과학벨트에 대한 정부의 추진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연구방향과 시설, 연구단내 인력충원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중이다.

 경북도와 포스텍은 수월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단 운영 방침만을 정해놓고 정부방침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인력초빙에 주력했다. DGIST는 세계적 석학을 연구단장과 연구원으로 영입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신성철 DGIST 총장이 잇따라 해외 과학기술분야 우수대학을 방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DGIST는 또 자체적으로 TF팀을 구성해 연구단 시설과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는 과학벨트 거점지구 발전협의회를 꾸리고 6개 분야 28개 과제를 선정, 추진 중이다. 이 과제에는 노벨과학상 프로젝트와 독일 드레스덴 등 해외도시와의 협력체계 구축, 기초과학강국 대한민국 비전 선포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5개 연구단 유치에 성공한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지난달부터 전담인력을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과학연구원 TF팀에 파견해 향후 추진방향, 지원예산 등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과학연구원 TF팀이 정부의 예산 삭감 등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까지 못내놓고 있다.

 ◇기본계획 연말 가시화=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연말까지 과학벨트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과학벨트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중이온 가속기의 경우는 상세설계를 위한 가속기 자문단이 구성된 상태다. 올해 연말 상세설계를 위한 사업단장을 선정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지자체와 연구기관, 정부 등으로 과학벨트협의회를 구성했다. 킥오프 미팅은 지난주 이미 한 상태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 별 지자체 자체 협의회도 운영 중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KAIST와 대구, 광주 사이트를 어떻게 연계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광역권과의 연계 등 다양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 전체 예산내역> 단위:조원 (자료: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