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표 주유소인 삼풍주유소가 지난 6월 업종을 변경했다. 고깃집이다. 주유소 마진이 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근대식 주유소인 지하철 홍대입구역 앞 청기와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SK 직영주유소였는데도 사업성 악화로 철수했다. 비싼 땅에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건물을 지어놓고 임대수수료를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주유소는 물론이고 소위 땅값이 비싼 지역의 주유소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서울 내 주유소는 670개다. 불과 5년 전만해도 708개였다. 지난 2001년 1월말엔 824개였다. 10년 만에 154개가 줄었다. 5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강남지역은 10곳 중 3곳이다. 전국 주유소가 같은 기간 1만1031개에서 1만3295로 20%가량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주유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싼 땅값과 낮은 수익률을 사업 포기의 이유로 든다. 3.8%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을 바라보느니 다른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밝힌 2009년도 전체 소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1%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유사들도 주요 지역 주유소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진을 맞춰주려고 기준 공급가격보다 더 싸게 기름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대신 사업성이 떨어지는 직영주유소는 정리하고 있다. 정유사나 주유소 업계 모두 이 모든 게 정부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주유소협회는 내달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정부의 기름 값 인하 압력에 폭발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름 값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것 치고는 싼 편이고 그 중에서 절반은 세금이라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을 통제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돼 있다. 기름은 비쌀 때 덜 쓰면 된다. 억지로 싸게 하니 정부가 과소비를 유도하는 꼴이다. 정부 정책의 목적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건지 늘리는 건지 의심스럽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