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나친 IT산업 위기론이라고?

 “우리나라 IT기업이 글로벌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

 지난 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제기된 언론의 우려에 “지나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과 모토로라의 인수합병(M&A) 소식 이후 한국 IT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삼성·LG 등 일부 기업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구글이 수익원인 인터넷 검색광고를 제쳐두고 휴대폰 사업에 매달린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을 열심히 판매해 구글 검색 사용자 저변을 확대 중인 삼성·LG 등과 대립하는 무리수를 둘 확률은 거의 없다. IT 기자들 사이에서도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의 시각이 비단 한국 언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권위지들도 구글이 장기적으로 모토로라를 통해 휴대폰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3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 M&A가 단지 특허 확보용으로 그친다면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실제로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협상에서 다소 유리한 입지에 올라선 측면이 없지 않다. 제조사와 갈등이 생기면 최악의 경우 자체 개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카드가 생긴 셈이다.

 가뜩이나 구글은 올 들어 안드로이드 새 운용체계를 내놓으면서 구글이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안드로이드폰에 탑재하지 않도록 요구해 제조사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오지 마라는 법은 없다.

 몸에 좋은 약은 쓰기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1998년 IMF 위기도 잇따른 시장의 경고에 귀를 닫았기 때문이다. 이집트·리비아 등 중동의 독재자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IT산업의 위기론이 지나치다고 그냥 흘려보낼 문제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