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광역을 넘은 초광역 간 연계 협력.’

 상생이 대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요즘처럼 생생하게 다가온 적은 없다.

 지역갈등의 상징 도시였던 대구와 광주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 정부예산을 쉽게 땄다. 하지만 신공항 사업에서는 대구-부산이 대립, 백지화되면서 서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봤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구와 광주 간 협력은 다른 광역단체에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3D와 스마트센서 관련 대형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사업을 두 지자체가 손을 맞잡고 따냈다. 최근엔 핵융합 분야 레이저 관련 사업을 예타로 신청해 해당부처로부터 긍정 답변을 받아놨다.

 대구와 광주가 첨단산업 분야에서 초광역 협력으로 따내거나 따낼 국책 과제 사업비만 5000억원이 넘는다. 지자체가 단독으로 기획했다면 불가능했을 사업이다.

 첨단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3조6000억원이 소요되는 영호남철도건설과 같은 사업도 대구와 광주 간 협력으로 이뤄낸 성과다. 동서 간 협력의 진정한 속내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긴 어렵겠지만 대립과 갈등의 모습보다는 얻는 게 많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동서가 아니라 남북이다. 요즘 대구와 부산, 다시 말해 영남권 위쪽과 아래쪽 분위기가 심상찮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영남권 신공항을 차기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백지화됐던 신공항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신공항은 후보들의 입에서 춤을 추게 될 것이며, 지난 2005년부터 신공항을 놓고 벌여왔던 대구와 부산 간의 갈등은 제2 라운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신공항뿐인가. 게임콘텐츠산업 분야에서의 두 지역 간 대립도 해를 넘긴지 오래다. 지난 2009년에는 게임전시회 지스타 유치를 놓고 과열 유치 경쟁을 벌이며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지스타 유치 경쟁은 올해도 여지없이 재현되기도 했다.

 지금은 지스타 기간에 개최할 비슷한 성격의 부대행사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날을 세우고 있다. 이젠 갈등의 대상이 됐던 사안은 제쳐두고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게임콘텐츠 분야는 부산이 비즈니스와 전시 분야를, 대구는 게임콘텐츠 개발 분야에 특화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으면 충분히 협력이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도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구 1000만명이 넘어야 한다. 경제규모에도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울산 등 5개 시도가 합쳐야 1000만명 규모가 된다.

 신공항으로 대립과 갈등을 빚어온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은 얼마 전 부산에서 모여 잘해보자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은 그날 건배사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고 한다. 대구와 부산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지 않기 바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