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스마트빅뱅]스마트홈으로 바뀐 오미래씨의 하루

 한국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 키디’를 기억하는가. 1990년대에 방영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엉망이 된 지구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세계를 점령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2020년이 10년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우리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은 인간이 한층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과연 가능할까’ 싶던 많은 상상을 현실에서 누리고 있다. PC방을 찾거나 와이파이 서비스 지역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핫 스폿 기능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PC나 스마트패드에서 인터넷에 접속한다. 무료로 문자와 전화를 사용하고, 뛰거나 혹은 누워서도 자유롭게 영상 통화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모바일 쇼핑을 이용해 장을 보기도 하고 책을 내려받아 읽기도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2020년 우리 삶의 모습은 이보다 한층 색다른 형태로 진화해 있을 것이다. 현재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선보일 기술·서비스로 2020년 우리의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가상 인물 오미래씨(31)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자.

 ◇‘내조의 여왕’ 스마트 가전=오전 6시 15분. 알람소리와 함께 커튼이 열리고 환기 시스템이 작동한다. 피톤치드 성분과 아로마 향이 함유된 신선한 공기가 오미래씨의 침대로 뿜어져 나온다.

 상쾌한 공기에 눈이 떠졌지만 왠지 몸이 무겁다. 침대 헤드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확인하니 ‘9월 5일 오미래씨는 체온 37.5℃, 편도선 약간 부음, 감기 증상이 다소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진료 예약을 할까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스마트폰에 입력된 스케줄과 동선 정보를 불러오니 가장 가까운 내과가 표시된다. 진료 예약 완료.

 부엌에 가니 냉장고에 오늘의 추천 메뉴가 뜬다. 감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될 것 같다. 냉장고의 투명 디스플레이275에서는 식재료 보관 현황과 오늘의 건강 정보에 맞춰 브로콜리 야채죽을 아침 메뉴로 추천하고 있다. 보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에 도움이 된다니, 역시 똑똑하다.

 미리 입력한 시간에 맞춰 주차장 입구에 차가 세워져 있다. 자동 운전모드로 설정하고 ‘사무실’이라고 음성 인식을 하니 스르륵 출발한다. 편안히 앉아 스마트패드로 신문을 읽기 시작한다. 오미래씨가 가장 관심 있는 연예·IT·사회·경제 순으로 전 언론사 뉴스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요새 부쩍 눈길이 가는 배우 유승호가 입은 옷과 즐겨 읽는다는 책 정보가 링크돼 있다. ‘나도 이 책 읽어볼까?’ 바로 내려받아 읽다보니 어느 새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자동 주차가 끝나니 주차장에 설치된 LED조명으로 배터리 충전이 시작된다.

 ◇시·공간 경계 넘어 원하는 대로 ‘척척’=오늘은 각 지역 스마트워크 센터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어서 점심 회식 장소부터 예약해야 한다. 인터넷에 전체 인원과 선호 메뉴를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클릭하니 회사 인근 식당과 추천 메뉴가 뜬다. 예약 버튼을 눌러 예약을 완료한다.

 외근 스케줄을 소화한 뒤 아침에 예약했던 내과에 잠시 들렀다. 처방전을 제출할 약국을 미리 지정한 터라 진료가 끝나자마자 약국에서 바로 약을 받았다.

 집에 있는 고양이는 뭘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 오미래씨는 집에 있는 로봇 청소기에 접속한다. 이런, 레이스 커튼에 대롱대롱 매달려 장난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얼른 내려오지 못해!” 미래씨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놀란 고양이가 훌쩍 뛰어내린다.

 도망간 고양이 뒤로 빠진 털 뭉치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로봇 청소기가 작동하며 털을 청소한다. 먼지성분 분석 데이터를 조회해 보니 털 성분에 단백질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다. 고양이가 여름이라 그런지 도통 잘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바로 모바일 쇼핑몰에 접속해 고양이용 음식을 주문한다.

 퇴근 한 시간 전 미래씨는 스마트폰으로 세탁기 제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세탁기 가동을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면 건조까지 완료될 것이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냉장고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니 닭가슴살 카레가 추천 메뉴로 뜬다. ‘해먹기 귀찮은데….’ 집 근처 식당에서 볶음밥을, 제과점에서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하니 ‘오미래님의 하루 권장 섭취량에서 지방 섭취량이 초과했습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아쉽지만 치즈 케이크 주문을 취소한다. 사흘 전 사놓은 키위로 대신해야겠다.

 잠자리에 들기 전 부모님과 간단히 영상통화162를 한다. 부모님에게 정보 공개를 해 놓은 인체 데이터를 보셨는지 감기 증상부터 걱정하신다.

 통화를 마친 뒤 내일 스케줄을 확인하고 주말에 만나기로 한 친구 세 명과 잠시 영상통화를 하며 수다를 떤다. 미용실에 간 친구 한 명이 새로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자랑이다. 결국 미용실에 다른 친구와 함께 가보기로 하고 미용실 사이트에 접속해 추천 미용사에게 예약을 한다. 현재 스타일과 원하는 스타일, 머릿결 상태 정보를 입력해 달라는 메시지가 뜬다. 새로 바꿀 스타일에 대해 한참 동안 친구들과 토론을 벌인 뒤 정보를 입력한다. 이런, 머리카락 상태가 건강하지 못해서 별도의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불을 끄니 자동차와 세탁기 충전 시작 표시등에 불이 들어온다. 내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스마트TV로 강의를 들어야 한다. 저번 강의에는 세수도 안 한 채 접속했다가 선생님이 웃으시는 바람에 창피했는데…. 내일도 접속시간에 늦으면 커피 교환권을 보내드려야 한다.

 침대에 누운 지 5분이 지났는데 잠이 잘 안 온다. 자꾸 뒤척이자 수면용 음악으로 설정해 놓은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속으로 가사를 읊조리다 잠에 빠져든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