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은 한국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개봉한 해다. 신동우 화백 만화를 그의 친형인 신동헌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개봉 4일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했다. 속편 ‘호피와 차돌바위’로 이어졌다. 이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반짝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시작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밀려오면서 거의 자취를 감춘다. ‘로보트 태권브이(1976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년)’ 등이 자존심을 지켜주기는 했지만 명맥을 잇는 수준이었다. 이후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오랜 기간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하도급으로 연명해야 했다.
국산 애니메이션 부흥운동은 1990년대 들어서야 일기 시작했다. ‘블루시걸(1994년)’ ‘돌아온 영웅 홍길동(1995년)’ ‘아마겟돈(1996년)’ ‘아기공룡 둘리(1996년)’ 등은 40만~50만 관객을 동원했다. ‘마리이야기(2001년)’와 ‘오세암(2003년)’은 안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침을 거듭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2003년 개봉한 ‘원더풀 데이즈’ 참패 이후 기나긴 침체에 빠져든다. 7년간 제작비만 무려 126억원을 투입했지만 관객은 3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애니메이션에 발길을 끊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새 희망이 등장했다. 명필름이 지난 7월 28일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일주일 만에 50만 관객을 동원하더니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기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 동원한 관객이 약 19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만명을 코앞에 둔 수치다. 더구나 이달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2000여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외 흥행 기록까지 새로 써나갈 태세다.
‘마당을 나온 암탉’ 흥행 성공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GDCA)이 직접 투자에 참여해 일구어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애니메이션을 외면했던 투자자 발길이 다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순기 경인취재팀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