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일 기준 국내 휴대폰 서비스 이용자가 5000만을 넘었다. 국민 1인당 한 대꼴로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이용자도 1500만명을 넘었다.
거리마다 공짜폰이 넘쳐난다. 단말기 업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형 휴대폰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나 휴대폰을 교체하는 사람은 열에 한 명꼴도 안 된다.
우리나라 휴대폰 교체 수명은 기기변경과 해지 기준 27개월이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훨씬 더 높은 일본의 46개월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잦은 휴대폰 교체로 한 해 발생하는 중고 휴대폰은 약 2800만대에 달한다.
실제 해지 기준 교체 주기는 19개월로 더 짧아졌다. 구형 휴대폰 소지자는 마치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 열풍은 휴대폰 교체주기를 더 앞당겼다. 결국 비싼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합친 요금 미납으로 이른바 ‘휴대폰 신용 불량자’가 속출하고 있다.
집집마다 ‘장롱폰’ 한두 개는 갖고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통신사업자들이 중고폰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고 한다. 먼저 SK텔레콤이 중고폰 활용을 실천하기 위해 T에코폰을 론칭했다. 이어 KT도 이달부터 중고폰 매입과 공단말기 요금할인 프로그램을 포함한 그린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3사 중 가장 활성화돼 있는 중고폰 수거와 재활용을 통해 임대폰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통 3사가 지점을 통해 수거한 중고 휴대폰 규모는 약 320만대다.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를 통해 약 200만대를 수거해 이 가운데 90만∼100만대를 수출하고 60만대는 폐기했으며 나머지는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했다. 폐기된 60만대는 재활용 업체로 넘겨 금 등 귀금속과 전자부품을 수거했다.
KT는 사용 가능한 폰은 전량 임대폰으로 활용하고 사용불가 폰은 해외나 국내 재활용 업체에 매각했다. 주파수가 달라 수출이 불가한 LG유플러스는 재생 중고폰을 전량 임대폰으로 활용했다.
환경부가 지난 4월부터 7월 말까지 넉 달간 실시한 ‘2011 폐휴대폰 범국민 공동수거 캠페인’에서는 약 150만대의 휴대폰이 모였다. 10억원갸량의 수익금은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내일(6일)은 제3회 자원순환의 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채굴 가능 기간이 앞으로 20년이며 새로운 유전이 발굴돼도 길어야 40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사라지는 산림이 세계적으로 약 1300만㏊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의 215배나 되는 넓이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은 아껴쓰고 다시 쓰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게 없다. 단지 우리가 먼저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로 제정된 날이다.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현재 폐전자제품 발생량의 20%만 적정하게 수거·재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휴대폰은 금·팔라듐 등 금속가치만 대당 2500~3400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최소 700억원에서 952억원어치의 귀금속이 가정에서 잠자고 있다는 얘기다. 웬만한 금광 채굴 규모다.
환경 전문가들은 미래 후손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은 지금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거창하게 얘기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집에서 잠자고 있는 장롱폰부터 꺼내는 게 후손들을 위한 환경보험에 가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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