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스마트 패드)의 가격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애플이 ‘아이패드’의 최저가 모델을 499달러에 판매하면서 499달러가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499달러라는 마지노선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특히 최근 HP가 ‘웹OS’ 운영체제를 탑재한 디바이스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아래 자사 태블릿 PC인 ‘터치패드’를 99달러에 떨이 판매에 나서자 태블릿PC 시장의 가격 질서는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업체들의 태블릿 PC 가격 경쟁은 200~300달러 짜리 제품이 등장하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머지않아 무료 태블릿 PC까지 등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아마존이 10월중 299달러 짜리 안드로이드 태블릿 PC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허니컴’ 버전의 태블릿PC 2종을 내놓을 예정인데, 각각 ‘코요테’와 ‘헐리우드’라는 코드명으로 알려져 있다.
‘코요테’는 듀얼 코어 ‘테크라2’ 를 내장하며, 코요테보다 성능이 뛰어난 ‘헐리우드’는 쿼드코어 ‘T30 Kal-El’ 프로세서를 채택한다고 한다. ‘T30 Kal-El’ 프로세서는 테그라2 보다 500% 이상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IT매체인 컴퓨터월드는 IDC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인용해 아마존의 태블릿 PC 출시가 아이패드에 적지 않은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밥 오도넬’ IDC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음악, 영화, 북스토어 등을 제공하는 앱스토어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가격도 아이패드 보다 저렴한 게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태블릿 PC가 아이패드와 같은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것.
레노버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199달러 짜리(8GB)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아이디어패드 A1`을 9월중 내놓는다. 16GB 제품은 249달러선에서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서는 지난달 ‘아이코니아(Iconia Tab A100)’를 329달러에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7인치 갤럭시 탭은 현재 아마존닷컴에서 279.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출시 당시 600달러에 판매됐던 것이다.
HP가 99달러에 터치패드를 판매하면서 태블릿 PC의 가격 경쟁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HP는 터치패드를 99달러(16GB)와 149달러(32GB)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중인데,원래 99달러짜리는 499달러에 판매되던 것이다. 무려 400달러나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것. HP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자 다음달까지 터치패드를 추가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컴퓨터월드 보도에 따르면 터치패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 제품을 안드로이드 제품으로 변환해 쓰려는 사용자들의 수요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개발자들은 터치패드를 안드로이드로 변환하는 ‘터치드로이드’라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한다. 터치패드에 웹OS 대신 안드로이드 ‘진저브레드’ 운영체제를 설치해 안드로이드용 태블릿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올상반기 인도에선 저가의 태블릿이 개발 중이란 소식이 전해져 주요 IT매체들의 주목을 끌었다. 카필 시발(Kapil Sibal) 인도 인력자원부 장관은 최근 인도 연구기관들이 35달러짜리 교육용 태블릿을 개발했으면 올해 중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필 시발 장관은 35달러짜리 태블릿이 우선 대학생들에게 보급되고 점차 중등학생과 초등학생에까지 보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도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제품이 실제 등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Lakshmi Access Communications Systems (LACS)’라는 인도 업체 역시 최근 ‘매그넘 페퍼’라는 99달러짜리 7인치 안드로이드(프로요) 태블릿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아무튼 태블릿 PC의 가격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 초입에 있을 뿐이다.
컴퓨터월드 마이클 엘간은 “앞으로 태블릿 시장은 하드에어가 아니라 콘텐츠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게 될 것‘이라며 ”마치 면도기 업체들의 수익 모델이 면도기보다는 면도날에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태블릿 PC시장 역시 하드웨어 보다는 콘텐츠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란 의미다.
200~300달러 짜리 태블릿이 이제는 시장의 대세로 굳어가져 가는 분위기다. 물론 애플과 삼성 등은 고가 태블릿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태블릿 PC 시장에 저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 애플의 고가 전략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중 하나다. 이미 모토로라, RIM 등은 고가 프리미엄 전략에서 상당부분 후퇴한 상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