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존심이 아닌 희망을 쏘자

 최근 러시아가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책임이 전적으로 한국 측에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관계기관을 비롯해 국내 과기계가 화들짝 놀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즉시 ‘러시아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일부에선 과연 이런 상황에서 나로호 3차 발사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제기됐다.

 2차 발사 실패 후 지금까지 한국과 러시아는 1년여 동안 실패 원인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을 벌여 왔다. 겉으로 보기엔 명확한 실패원인 규명 때문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자존심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프로젝트 계약 당사자들(항우연과 흐루니체프)은 실패 원인을 상대방에서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지난 6월 두 나라 정부가 직접 공동조사단(FIG)을 꾸려 나로호 실패 원인 규명에 나섰다.

 두 번째 나로호는 발사된 지 불과 137초 만에 공중 폭발한 뒤 바다로 떨어졌다. 잔해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확한 폭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블랙박스 같은 것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이다. 그저 짧은 시간 로켓으로부터 보내온 신호로 폭발 원인을 추측할 따름이다. 이 상황에선 가능한 원인들을 모두 분석한 뒤 다음 발사 때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나로호는 우리나라 미래 우주 사업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발사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립으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러시아로부터 이를 배우기 위해 무려 210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한·러 정부가 꾸린 공동조사단은 이달 말 2차 회의를 개최한다. 더 이상 어느 쪽 책임이냐를 따지며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책임을 따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미 양측에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는 다섯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이 문제들을 검토하고 3차 발사에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내년에 세 번째 나로호를 쏘아 올려야 한다. 한국 우주사업의 ‘자존심’이 아닌 ‘희망’이란 이름으로.

 윤대원 미래정책팀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