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테러 10주년과 거의 동시에 주식시장 상장 열 돌을 맞는 기업이 있다.
9ㆍ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지 불과 이틀 후에 코스닥시장에 진출한 안철수연구소다.
이 종목의 주가는 그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최근 급등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로 치솟아 5일 종가는 4만5천750원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 상장 첫날 시초가인 4만6천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대주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대형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 9ㆍ11테러 직후 상장…주가 흐름은 부진
안철수연구소는 2001년 9월13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9ㆍ11테러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폭락장에 데뷔했지만, 안철수연구소의 초기 상승세는 눈부셨다.
상장 첫날부터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인 4만6천원을 기록하더니 6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뛰어 8만800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5천797억원을 기록해 코스닥시장 1위에 등극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연구소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림세로 돌아서 2개월여 만에 시초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려갔다.
그 이후 주가 흐름은 부진했다.
2002년 4월 이후로는 시초가를 한 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2008년 10월에는 최고점의 6.4%인 5천160원까지 추락했다.
반등의 기회는 2009년 7월에 생겼다. 주요 정부기관 웹사이트들이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DDos) 공격을 받아 정보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네트워크 보안 영역에 진출해 사업을 다각화한 효과도 이 무렵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철수연구소는 기업 내재가치보다는 보안업체 테마주로 분류돼 대체로 외부 요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라는 외부 요인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6일 "안 원장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업 다각화와 신기술 개발 성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주목받는 분위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기에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 "실적 호조에도 현재 주가는 과도"
안철수연구소는 상장 이후 외형적 규모 면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상장 첫해인 2001년 매출이 254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98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영업이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4.8% 늘었다. 1분기 영업이익도 82.7% 증가한 3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이후 나타난 주가 급등 현상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안 원장이 시장에 당선돼 평소 소신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시정을 펼치면 안철수연구소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주가는 지나치게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안 원장의 출마와 안철수연구소의 펀더멘털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이 된다고 해도 안철수연구소가 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