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와 GPU 시장 모두 2인자에 그쳤었던 AMD는 최근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CPU와 GPU를 융합한 이기종(Heterogeneous) 컴퓨팅이 그것이다. CPU와 GPU 성능을 공유한다는 이 제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일반 PC에서도 동작인식이나 3D그래픽, HD영상 등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전력소모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AMD가 이기종컴퓨팅 성장을 위한 비장의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 ‘오픈’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기종컴퓨팅의 성능을 끌어올릴 병렬프로그래밍을 오픈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MD는 프레임워크로 오픈CL을 택했다. 프레임워크란 개발자가 보다 쉽게 SW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체계화해 놓은 환경을 말한다.
릭 버그만 AMD수석부사장은 “주도권을 뺏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발자의 힘, 즉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반도체 산업은 에코시스템을 중심으로 그 승부가 판가름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코시스템을 키우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오픈’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업체인 TSMC는 과거 패스포트 라이브러리를 개방해 파운드리 산업을 일으켰다. 80년대만 해도 디자인룰은 각 회사 자산으로 모두 달랐다. 하지만, TSMC는 패스포트 라이브러리를 배포함으로써 이 룰을 공통화시켰다. 디자인룰이 같아지면 생산을 외부에 맡기기도 쉬워진다. 이렇게 파운드리 산업이 싹을 텄다.
멘토그래픽스는 임베디드 실시간운용체제(RTOS)를 로열티 무료로 배포했다.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반도체설계툴(EDA) 기업인 멘토그래픽스의 월든 C. 라인스 회장은 최근 방한해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도 에코시스템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반도체 매출 상위 20% 기업들을 분석했다. 에코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 차별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보여줬다.
라인스 회장은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3가지 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3가지 축은 ‘제품-인프라-에코시스템’이다.
기업이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세tm를 개선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인프라는 제품과 관련된 여러 장치들이다. 아이폰으로 치자면 아이튠즈나 앱스토어 같은 것들이다. 에코시스템은 그 기업 외에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는 환경을 말한다. 서드파티 개발 툴이나 라이브러리,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라인스 회장은 “반도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프로세스보다는 앞으로 디자인에서 나온다”며 “인프라로써는 설계자산(IP)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대체할 수 없도록 차별화를 갖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코시스템”이라면서 “에코시스템을 키우기 위해 일반적인 설계자산의 기증(Contribution)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 자산을 공개함으로써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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