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PC 사업 매각을 선언했고, 구글은 모토로라모바일을 인수했다. 공룡 IT기업이 하드웨어 사업 일부를 버리고, 소프트웨어 업체가 거대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도래했다.
국내 업체들도 더 이상 하드웨어만 가지고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최근 LG전자가 지식경제부와 함께 창의성과 현장 감각을 두루 갖춘 우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지식경제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함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IT·SW 창의연구과정’에 참여할 10개 프로젝트 팀을 공개 모집했다. 40명 정도를 선발할 예정인데 이들은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9개월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후 LG전자 R&D 연구소의 인턴십 기회를 제공받는다. 인턴십 종료 후 평가 우수자를 산학 장학생으로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위 취득 후 LG전자 입사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당 6000만원씩 총 6억원이 지원된다. 대학원생들 인건비와 연구활동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비용은 LG전자와 NIPA가 공동 출연해 마련했다. 프로젝트 수행 후 결과물은 프로젝트 선정 후 별도 협약에 따라 LG전자와 대학이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산학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시작된 IT·SW 창의연구과정은 국내 IT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견인할 창의성과 현장감각을 고루 갖춘 석·박사급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앞서 밝힌대로 IT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주요 사업 배경 중 하나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8%(2009년)에 불과하다는 경각심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했다.
NIPA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학사급 인력은 1만8547명 과잉이 예상되는데 반해 석박사급 연구 인력은 1221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분야는 9973명 부족이 예상돼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IT·SW 창의연구과정은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SW 인력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SK C&C 등이 참여했다. 서울대학교와 목원대학교 등 전국 23개 대학, 136명이 참여했다. 올해엔 LG전자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NHN이 참여한다. 정부 22억5000만원, 기업 4억5000만원 등 총 27억원이 지원된다.
국가는 IT·SW 창의연구과정을 통해 사회 전반에 필요한 SW인력 육성할 수 있다. 기업들은 SW인력 양성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한편 미리 양성된 인력들을 자사 인력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산학 협력의 바람직한 모델인 것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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