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오픈 앱스토어` 세계 휴대폰 판도 흔들었다

 애플 ‘앱스토어’가 출시된 지 3년 2개월이 흘렀다. 3년 남짓한 시간동안 세계 휴대폰 시장에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절대강자 노키아가 추락했고, 휴대폰 원조 모토로라는 구글에 팔렸다.

 휴대폰 시장의 신출내기에 불과한 애플은 지난 2분기 마침내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우뚝 섰다.

 ‘상전벽해’에 비유될만한 대변혁이 불과 3년 만에 이뤄졌다.

 애플이 기존 질서를 흔든 비법은 하나였다. 앱스토어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오픈 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앱스토어는 그동안 제조사·통신사의 진입 장벽에 막혀있던 개발자들의 활로를 열었다. 기상천외한 앱이 쏟아지자 소비자들이 열광했다.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아이폰’은 불티나게 팔려갔다.

 애플 앱스토어 학습효과는 진일보한 오픈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구글은 앱스토어보다 자유도가 높은 ‘안드로이드마켓’을 이듬해 선보였다.

 이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를 휴대폰 제조사에 무료로 개방하는 ‘오픈 2.0’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대흥행’으로 나타났다. 안드로이드폰은 아이폰에 2년 가까이 늦었지만, 올해 시장점유율에서 대역전을 이뤄냈다.

 누가 더 강력한 오픈생태계를 확보하느냐. 휴대폰 시장판도는 ‘오픈 경쟁력’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한국 휴대폰업계도 오픈 생태계 정조준=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 의존하던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최근 독자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가장 빠르다. 그동안 독자 OS ‘바다‘를 기반으로 구축해놓은 앱 마켓 ‘삼성앱스’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나섰다.

 최신 히트 스마트폰 ‘갤럭시S2’에는 통신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성앱스’를 선탑재했다. 전 세계 1000만대(텐밀리언셀러) 이상 판매될 스마트폰에 장착하면서 순식간에 이용자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앱스는 바다폰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도 대거 서비스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118개국에 서비스하며 글로벌 오픈마켓으로 위용을 갖춘 상태다.

 LG전자 역시 최근 3D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LG앱스’를 대대적으로 강화 중이다. 3D 동영상·게임 등 콘텐츠를 대폭 확대해 LG가 선점한 3D 스마트폰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진세력도 급부상=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앱 마켓에 신진세력도 떠오르고 있다. 보다 편리한 기능을 앞세우거나 기업 간 연합을 통해 ‘공룡’에 맞서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마켓은 ‘아마존 앱스토어’와 ‘겟자(Getjar)’가 대표적이다. 아마존 앱스토어는 지난 3월 문을 연 이후 벌써 1만개 앱을 돌파했다. 음악·영화·전자책 등 이미 보유한 콘텐츠를 등에 업고 ‘빅3’ 부상을 꿈꾸고 있다. ‘앵그리버드’와 같은 인기 앱을 하루 한 개씩 무료로 제공하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불사할 정도다.

 블랙베리·안드로이드·심비안 등의 앱을 한군데서 검색할 수 있는 겟자의 성장세도 무섭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열광하면서 벌써 7만5000여개의 앱이 등록됐다.

 통신사업자 가운데는 우리나라 SK텔레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SK텔레콤 ‘티스토어’는 지난 2009년 9월 문을 연 이후 13만개의 앱을 확보했다. 누적 판매 수도 2억5200만건을 돌파했다. 통신사 자체 앱스토어가 성공을 거두자 미국 스프린터 등 해외 통신사들도 이를 벤치마킹한 자체 앱스토어 마켓을 오픈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24개 통신사업자는 내년 글로벌 공동 앱스토어(WAC)를 열기로 한 상태다. 구글과 애플에 빼앗긴 콘텐츠 시장을 거대 오픈 생태계로 되찾아 오겠다는 전략이다. WAC의 성패에 따라 앱스토어 판도도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과금 유료화 ‘오픈 앱스토어’ 난제로=질주하던 앱스토어도 요즘 개발자와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앱스토어 수익모델 확보를 위한 과금체계 개편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최근 도입하기로 한 ‘인 앱 구매(IAP)’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그동안 앱 내부에서 이뤄지는 콘텐츠 판매에는 별도의 과금을 하지 않았으나 이를 바꿔 앱 속에서 판매되는 콘텐츠에도 30%의 수수료를 물겠다고 나왔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앱 개발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개발자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경쟁 앱스토어로 이탈하면서 오픈 생태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오픈 생태계를 운영 중인 구글과 애플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유료 앱에만 한정된 30% 수수료 가운데 상당수가 통신사·카드사 수수료로 나가면서 앱스토어를 운영할수록 밑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적자를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폰’ 판매로, 구글은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확대에 따른 구글 검색광고 매출 증가로 메우고 있다.

 ‘밑빠진 독’과 같은 오픈 생태계 유지비용과 이들 수익모델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이 오픈 생태계의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