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CIGS 박막태양전지

텔리오솔라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검사하고 있다.
텔리오솔라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검사하고 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대양금속의 스테인리스 냉연 강판 제조공장. 그 옆에는 가동 채비를 마치고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공장이 하나 있다. 여기에서는 강판을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를 만들어낸다. 주목할 점은 태양광 시장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아닌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CIGS, 놓칠 수 없어=성장을 거듭했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올 들어 주춤했다. 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수요처의 보조금 삭감, 공급과잉에 대한 불안 등이 겹쳐 너나 할 것 없이 재고가 늘어났다. 빠른 설비확장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업체들은 하나 둘 씩 백기를 들고 물러났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양금속이 보여준 행보는 업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시장점유율 88%를 차지하는 결정형이 아닌 CIGS 박막태양전지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을 선언하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프랑스 생고방 합작사인 현대아반시스는 지난 4월 충북 청원군에서 CIGS 박막태양전지 생산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2016년 400㎿ 생산능력을 갖추고 연매출 8000억원대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지난달 대양금속은 기업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태양전지 사업을 선언했다. 다음 달 25㎿급 생산라인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국내외 총 1GW의 설비에서 태양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정부 과제를 통해 2015년까지 CIGS 박막태양전지 생산능력 1.2GW를 확보할 전망이며, 지속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 LG이노텍도 사업 본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LG이노텍은 기술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거의 도달했거나 이미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왜 CIGS인가=국내 기업들의 CIGS 박막태양전지 사업 진출은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결정형 태양전지는 중국·유럽 업체들이 선점한 상태여서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JA솔라·선텍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 등으로 설비를 급속도로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태양광 후발주자 업체들로서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결정형보다는 아직 특별한 선두가 없는 박막형 시장에 진출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정형은 높은 효율과 안정적인 성능을 자랑하지만 제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박막형은 재료 소모가 적고 공정이 간단해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 전문조사기관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잉곳·웨이퍼·셀·모듈 등 네 가지 전혀 성격이 다른 공정들로 구성돼 총 22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는 반면 CIGS는 총 9개 공정만 거치면 된다.

 박막형 중에서는 CIGS 외에도 카드뮴텔룰라이드(CdTe)의 산업화가 가장 활발하다. 솔라앤에너지는 CdTe 시장규모가 올해 2조8000억원에 달하며, 앞으로 매년 평균 13% 이상 성장해 2015년이면 4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CdTe는 중금속인 카드뮴 오염의 우려가 치명적인 단점으로 남아있다.

 CIGS는 비 실리콘계열 태양전지 중 광변환 효율이 가장 높고 재료가격이 다른 종류의 태양전지에 비해 저렴하다. 현재 실험실 효율로 20.3%를 달성했으며, 대면적 상용 효율은 8~14% 정도로 아모포스실리콘(a-Si)의 두 배에 이른다.

 ◇기술 확보 절실=문제는 아직 확보해야 할 기술이 많다는 점이다. CIGS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양산기술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유럽·일본에 비해 R&D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그린에너지전략로드맵을 통해 “표준화된 양산기술이나 장비가 없으며 재료물성, 효율 손실원인, 소자의 계면 구조와 성질, 소자 특성의 분석과 평가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술 확보 정도가 낮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문은 △모듈화 장비 △모듈 △소재 등이다. 기판은 기술이 확보돼 있음에도 가격경쟁력이 낮아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며, 모듈화 재료와 부품은 비교적 기술·국산화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진공증발법을 이용한 대면적 제품 양산기술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CIGS 증착방법은 크게 진공과 비진공방법으로 나누며, 진공방법 중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효율 높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 증발법이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 양산기술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뮴 사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CIGS 박막태양전지는 기판, 후면전극, 광흡수층, 버퍼층, 투명전극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버퍼층에 중금속인 카드뮴이 들어있어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솔라프론티어는 카드뮴 대신 황화아연(ZnS)를 사용하고 있지만, 세부 기술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아직 학술적으로도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현대아반시스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들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아반시스 직원이 CIGS 박막태양전지를 소개하고 있다.
박기주 대양금속 코팅사업본부 팀장이 CIGS 박막태양전지 생산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박기주 대양금속 코팅사업본부 팀장이 CIGS 박막태양전지 생산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