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붐이 일면서 대통령과 기업 수장들이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년 뒤 애플 아이폰과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가 주목을 받았고, 한국의 정보기술(IT)은 인터넷 보급 등 인프라 측면에서 모바일 분야로 관심이 옮겨졌다.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와 HP의 영국 오토노미 SW 회사 인수에 정부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IT산업의 선두격인 반도체, 통신, 휴대폰, TV 등은 HW 자체만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며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 중심에 SW가 있다. 최근 구글, HP, MS 등의 행보를 보면, SW 기업이 HW 기업을 인수해 시장입지를 크게 강화하거나 반대로 HW 기업이 SW 기업을 인수해 SW분야에 더 치중한다. 즉, IT산업을 SW를 통해 차별성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은 2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컴퓨터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은 대부분 정부 주도 하에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다. 관련 인력도 자연스럽게 확보되고, 관계 산업도 같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현재 이슈의 중심인 우리 SW 산업 현황은 어떠한가. 그동안 SW 산업은 HW 중심의 성장을 위한 보조수단 정도로만 인식됐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은 정보화를 필수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한다. 개발자 처우도 나빠져 이공계 기피 현상까지 왔다.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은 뒷전이었다. SW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만 제기됐다. 이전부터 SW산업의 생태계 재편에 대해 기업, 기관, 학계가 늘 주장해왔고, SW산업의 위기(기술낙후, 인력감소, 수·발주 문제 등)는 매년 단골로 회자됐다.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모두가 반성할 대목이다.
정부 시책으로 일시적인 산업 붐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전가능한 정책을 펴야한다. 우선, SW 산업은 기술과 인력양성에 성패가 달려 있다. SW산업은 타 산업보다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르다. 또 기술을 가진 인력이 얼마나 있느냐에 흥망이 달려 있다. SW산업을 단기가 아닌 장기사업으로 전환해 기술의 변화를 선도하고 이에 따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기반 하에서 기업은 국내외 트렌드에 대한 대응전략을 내고, 정부는 거시적 측면에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두 번째는 범국가적인 SW기술연구소를 확대·운영해야 한다. 기업도 부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할 부분은 정부가 방향을 잡고 함께 지원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글로벌 트렌드를 뒤따라가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에게 맞는 전략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주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SW산업생태계 조성이다. 현재 상황에서 과감히 탈피해 창업 또는 사업을 영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SW산업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대학생부터 SW산업 종사자까지 폭넓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지원돼야 한다. SW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SW 산업에 대한 인식변화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될 때, SW경쟁력은 생겨난다.
구글발 SW쇼크와 같은 이슈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자동차, 조선, 기타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SW가 없다면 경쟁과정에서 많은 위협을 직면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SW에 대한 관심은 SW산업에 대한 인식수준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증거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 기관, 기업,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간다면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오경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oks6012@sw.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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