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이 거세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와 ‘욘사마’로 대표되는 드라마 중심의 한류가 지금은 아이돌 그룹 등 음악 중심 한류로 변화했다. ‘K팝’은 세계 대중문화계 공용어가 됐다. 파리와 도쿄에서 우리 가수들 콘서트가 현지인들의 열광 속에 열렸다. 뉴키즈 온더 블록 콘서트에 열광하고, 주윤발을 따라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한류 열풍의 진앙은 좋은 콘텐츠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가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나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만나 폭발했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아이돌 그룹의 새 뮤직비디오가 나오면 동남아시아와 일본·미국·유럽과 남미에서 동시에 유튜브 조회 수가 올라간다. 한류 팬들은 SNS와 한류 정보 사이트에 모여든다. 아이돌 그룹 동영상의 전체 유튜브 조회 수 중 10% 정도만 국내서 나온다.
이들은 모두 해외 플랫폼이다. 그래서 우리 콘텐츠를 해외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우리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창작자가 수익을 얻고 소비자는 편리하게 이용하는 플랫폼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중심으로 변한 IT 환경에서 쉽고 안정적인 플랫폼은 필수 경쟁력이다.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아무 말 못 하는 속앓이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콘텐츠 업계나 정부의 마음도 느껴진다.
반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굳이 정부가 새 플랫폼 지원에 나설 것 있냐는 지적도 타당하다.
역량 있는 벤처 기업들이 세계 콘텐츠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시장이나 서비스 자체를 만들 수 없음은 이미 여러 번 시행착오로 확실히 배웠다. 보여주기식 정책보단 세계 시장에서 우리 플랫폼 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할 정책을 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럴 때 한류 콘텐츠는 스마트한 플랫폼을 타고 한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