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IT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역량은 예전과 분명 차이점이 있다. ONE IT 시대는 과거에 비해 사업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특히 변화나 실행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이노베이션을 이끌어 가기 위한 리더의 자격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열린 사고’는 하나의 영역이나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인문, 사회, 과학기술, 경제, 경영 등 방대한 영역의 관점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결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기업 CEO들이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갑작스런 위기가 빈번히 발생하자 인문학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보고서에서 “인문학적 사고가 기업 경영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CEO가 조직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 설문조사에서 97.8%가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은퇴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술을 가진 제품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단지 테크놀로지 회사는 아니다.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문학, 철학, 언어, 역사, 수학, 과학 등 인문학과 결합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다방면의 지식을 두루 갖추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노베이션 리더는 서로 관련성이 없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하면서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를 찾아내거나, 기존의 사업이나 서비스에 새로운 영역의 방법론을 접목해 남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윌리엄 더 간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혁신가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직간접적인 교류를 통해 창의력을 배가시켰다. 즉,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상상력은 ‘지적 기억’이라는 형태로 통합적으로 정리되고, 이를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지적 기억과 접목시켜 문제의 해결점이자 혁신적 아이디어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이 가져다주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경쟁사나 선도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에만 집착하는 리더라면 결코 혁신적일 수 없다. 또 자신의 능력에 도취돼서 본인 의견만을 고집하고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생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리더 역시 ONE IT 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다.
다음으로 이노베이션 리더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다양한 인재를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이다. 혁신은 사람들 사이 활발한 지적 교류를 통해 발현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건 구성원이 자신이 느낀 바나 경험한 바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유추나 연상 등 작업을 거쳐 아이디어의 양과 질에서 연쇄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 리더는 업무 공간, 전공,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포용성을 보여야 한다.
최현아 타워스왓슨 부사장은 “단순히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전진하도록 이끌어 나가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넘버2’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표적인 예다. 그녀는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IT에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다양한 엔지니어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녀는 어려운 사안을 정리해 나가고 사람들의 결속을 이끈다.
모든 것을 다 알아야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이어주고 소위 ‘스파크’를 일으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ONE IT 시대의 바람직한 리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노베이션 리더는 ‘휴머니즘’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IT는 때로는 신의 영역을 뛰어넘으려 하기도 하고, 갈수록 고도화, 정교화되고 있다. 이제 혁신의 문제는 여태껏 만들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앞으로 인류의 삶을 오래도록 풍요롭게 할 것인가와 같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리더가 자신의 사리사욕이나 순간의 이익만을 가진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은 극도의 불확실성과 위기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다. 즉, 혁신은 인류의 삶에 기여해야 하며,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동시에 가져야 된다는 의식은 반드시 리더의 ‘DNA’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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