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화려한 스펙`과 `업무 능력`은 무관

최현아 타워스왓슨 부사장
최현아 타워스왓슨 부사장

 지금도 많은 국내 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때 스펙만을 보고 뽑는 경우가 많다. 스펙이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잣대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만 뽑는다고 꼭 좋은 조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집단은 동질성이 높은 사람들로만 모아져 서로에게 지적으로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한다. 스펙보다는 각 개인이 지닌 역량이나 과거의 경험들을 고려해 개성이 강한 팀을 만들어줘야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특징은 대부분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최고경영진에게 너무 많은 의사결정권한이 몰려 있다. 실무자는 물론이고 중간관리자나 초급 임원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권이 너무 제한적이다. 이런 의사결정 체제에서는 시간이 가도 이들의 리더십은 전혀 개발되지 않는다. 바쁘디 바쁜 최고경영자 시간을 쪼개서 수많은 보고를 올리고 결재를 받아야 하므로, 직원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보고서 작업 및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한 대기 및 재작업에 낭비한다.

 ‘실수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에는 실수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업무를 추진하다 실패 혹은 실수를 하게 되면 조직 내에서 ‘팽’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직원에게는 복지부동하거나 위에서 시키지 않는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버리고 만다. 훌륭한 이노베이션 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권한을 위임해 주고 실수에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외치면서도 조직은 한국인을 중심으로 정비하고 인재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인 장벽도 문제시 되고, 또 외국인은 충성도가 낮으니 이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인도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인도에서 나고 자란 현지 출신 인재와 기업에서 오랫동안 있어 충성도가 높은 직원 중 누가 더 낫겠는가.

 충성도는 기업이 직원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준다면 누구에게나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주재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초보적 수준이 아직 대부분이다. 주재원이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개는 사전에 현지 국가의 언어나 문화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 있는 인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부임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간이 가도 주재원과 현지인 간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글로벌하게 일관된 인재관리 원칙과 경영철학을 공유하되 이의 적용은 현지시장 특성을 감안해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인력의 해외교류가 빈번한 사업이라면 하나의 인력관리 정책이 좀 더 효율적일 것이고, 국가 간 인력교류가 많지 않다면 각 나라의 특색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최현아 타워스왓슨 부사장 Hyuna.Choi@towerswats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