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컴퓨터공학과 실습실에서는 종종 유명한 IT벤처기업인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우수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이들이 이력서를 제출하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분별할 수 없어서다.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과 회사의 비전과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딱딱한 면접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사람의 잠재력을 찾아본다.
오래 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를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 기술 벤처는 사람이 회사 경쟁력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을 단행하는데 있어, 우수 개발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근 모바일과 인터넷 영역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한다. 제품 디자이너 등 소비자 욕구를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수 인재 확보 전략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MS는 주요 명문대학 1·2학년을 대상으로 기술간담회를 연중 실시한다. 간담회 참석 직원을 해당 대학 졸업생으로 구성, 친밀감을 높이는 전략도 펼친다. 간담회에서는 MS도 신생 벤처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창의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우수 인재들이 대기업보다 신생 벤처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HP도 유사한 행사를 갖는다. ‘피자 파티’라는 친근감 있는 이름으로 세미나와 토론회를 미국 전역 대학에서 진행한다. 피자를 먹으면서 대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를 HP 핵심 인력들과 자유롭게 논의하는 장이다. 그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
IBM은 올 2월 미국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에서 사람과 겨룬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주요 대학에 보냈다. 학생들과 퀴즈를 겨루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 IBM 채용 담당자는 “우수한 대학원생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임금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 능력만 있다면 어떤 회사보다 충분히 대우를 해주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직원들이 벤처로 이탈하자, 임금을 평균 10%씩 올려줬다. 지난 4월 MS 역시 임직원 9만명에게 연봉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채용 대상을 자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린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럽에서 새로운 기술 인력을 찾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퀼릭테크는 최근 스웨덴 남부 대학 도시인 룬트에 개발팀을 만들었다. IT인력 전문 채용사이트 IT잡보드는 영국에서 전년 대비 16% 가량 구인광고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인재유치전이 유럽 인력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IT잡보드 알렉스 파렐 담당은 “독일의 한 회사는 1000명의 인력을 한꺼번에 채용할 수 있냐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며 “이는 15년간 IT 채용 분야에서 일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