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삼성전자 · 현대차 · 포스코 국내 대표적 혁신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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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은 2000년대 들어 생존을 위한 ‘혁신의 칼’을 꺼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용어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겪으며 사라졌다. 대기업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자본이 필요하다는 통념도 깨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기업이 아이디어와 내부 혁신으로 선두기업을 위협하기도 한다. 국내 가장 대표적인 혁신 기업은 어디일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은 국내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NHN, 현대카드를 손꼽는다. 이들은 규모와 성격에 맞게 끊임없이 혁신을 추진한 기업이다. 그리고 현재 국내 물론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경영체제로 전사 혁신을 추진한 삼성전자=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50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며 독일 지멘스와 미국 휴렛패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업체로 올라섰다. 반도체, 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부문 등에서 최대 매출과 조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쉼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하게 추진한 혁신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체제 선포다. 신경영체제를 선포한 삼성전자는 전사 프로세스 개선을 실시했다. 기존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재설계 해 국내 및 해외 총 80여개 지역에 재무·물류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했다.

 1998년 삼성전자는 전사 범위로 주단위 생산 확정 체제 전환을 시도했다. 제품 경쟁력에 ‘속도’를 추가하기 위한 프로세스 혁신과 디지털 경영을 본격화했다. 개발관리·공급관리·고객관리·경영관리 4대 메가 프로세스 혁신을 진행했다. 마케팅·개발·구매·제조·서비스·지원·물류 7대 단위 프로세스를 연계한 혁신도 단행했다. 제품별 책임경영 방식인 GBM(Global Business Manager) 체제로 조직체계도 전환했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CEO가 된 2000년 초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에서 소니를 앞섰다. 당시 윤 전 부회장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공급망관리(SCM)’ 혁신을 강조했다. 소니와 파나소닉도 삼성전자와 근본적인 격차가 발생된 배경으로 SCM 혁신을 주목했다. IT를 접목해 해외법인 정보를 통제, 계획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동시 수요관리와 주 단위 수요변동 관리로 속도 경영에도 나섰다. 업무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로 일하는 방식을 시스템화했다. 전사 부문에 6시그마를 접목했다.

 지난 2004년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70%는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됐다. 디지털미디어 부문과 가전 부문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경쟁력도 반도체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 5년 이후 삼성전자 LCD TV는 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TV사업에서만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했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 반도체 중심으로 추진된 혁신이 정보통신 및 가전 부문으로 확산돼 제품 경쟁력에 속도 경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SCM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서 성공한 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 성장은 해외 생산 및 판매 확대에 있다.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대형 완성차 기업이 쓰러져가는 상황에서 굳건히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급망관리(SCM) 혁신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초 SCM 부문에 대한 혁신활동을 추진했다. 협력업체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판매·생산계획 분야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연간 600만대 이상 생산·판매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전사 프로세스혁신(PI)을 시작했다. SCM 영역에 대해서는 기존 생산자 중심 구조(푸시 방식)를 시장 및 고객 중심 구조(풀 방식)로 전환했다. 시장 상황 및 고객 요구를 생산부문에 유기적으로 연계,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자동차는 PI로 수요와 생산, 제고 등을 개선했다. 시장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통계적 수요예측시스템도 구축했다. 법인·대리점 등 시장접점 수요를 반영하는 체계도 갖췄다. 판매·생산 계획을 정교화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간 엔진, 변속기 할당계획을 APS로 통합해 최적 할당계획을 수립했다. 과거에는 납기 예시 정보를 2주간 생산계획에 반영된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5개월로 확대돼 파악할 수 있다. 글로벌 판매·생산·제고 현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도 갖췄다.

 2008년부터 해외 판매법인·공장에 대해 표준 판매 및 생산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글로벌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SCM도 글로벌로 확대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맞은 2009년에도 매출액이 31조8593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이상 프로세스 혁신 추진하는 포스코=포스코는 국내 최초로 조강 능력 103만톤 규모의 1기 설비가 준공된 이래 지속적인 설비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 왔다. 현재 연간 3400만톤 조강생산 체계를 갖춰 세계 4위 철강회사로 성장했다. 포스코 신화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실시된 프로세스 혁신에서 시작된다.

 포스코는 그동안 4단계로 나눠 혁신 활동을 진행했다. 혁신 활동은 △경영혁신 인프라를 구축한 1기 △6시그마와 생산부문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2기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3기 △혁신 작업 고도화와 성과물을 계열사로 확대하는 4기 순으로 이뤄졌다. 포스코 혁신은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이나 인프라 혁신이 아니다. 직원 사고방식과 프로세스 전체를 혁신하는 것이다.

 혁신 성과는 2000년대 초부터 나타났다. 2001년 7월 전사자원관리(ERP)를 가동한 이후 혁신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주문 접수부터 제품 인수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4일로 대폭 단축시켰다. 제품 재고량도 100만톤에서 50만톤으로 50%나 줄였다. 판매생산계획 수립도 혁신 이전에는 60일이 걸렸던 것을 15일로 단축시켰다. 6일 걸렸던 월결산 소요일 수도 하루로 줄였다. 2002년까지 11조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이 2003년부터 14조3000억원으로 올랐다. 1∼2기가 끝난 시점인 2005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조강생산량은 동일하고 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증가했다.

 포스코 혁신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2기에서 추진한 혁신을 보완하기 위해 3기가 이어 진행됐다. 이때 전략 중심 6시그마와 일상 낭비제거 중심 QSS, BPM을 융합시킨 포스코형 6시그마 모델인 ‘PSSM’이 탄생됐다. 포스코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최적화 했다. 학습동아리를 통해 낭비리스크들을 공유해 과제로 수행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학습동아리 활동 내역을 보면 국내 어떠한 기업도 쫓기 힘들 정도로 활성화 돼 있다.

 3기 작업이 마무리될 되는 시점인 2008년 포스코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매출액은 30조6420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1.8% 늘어난 6조5400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20.9% 늘어난 4조447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9년부터 혁신 4기를 시작했다. 혁신 4기는 지금까지의 혁신 작업들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동시에 포스코뿐 아니라 관계사에까지 혁신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NHN·현대카드, 고객 이해로 서비스 혁신=우리나라 최대 인터넷기업인 NHN도 혁신으로 성공한 기업 중 하나다. NHN은 대형 기업과는 달리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을 적절하게 활용해 성장할 수 있었다. NHN 대표 사업인 네이버는 국내 온라인고객을 이해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한국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대표적인 서비스 모델이 통합검색 및 지식인검색이다. 이후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까지도 영역을 확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N 성장에는 마케팅 및 연구개발(R&D)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광고검색 엔진은 국내 시장에서 구글과 오버추어를 제쳤다. NHN은 지속적 혁신 기반으로 연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대카드도 고객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서비스 혁신에 나선 사례다. 현대카드는 고객 요구를 적절하게 파악해 33개의 신상품을 개발 소비자에게 호평받았다. 경쟁사가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을 때 현대카드는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에 주력했다.

 금융 분야가 아닌 이종 분야와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만들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세계적 톱스타 공연이나 스포츠 행사가 그러한 사례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2004년 이후 2010년까지 고객 수 기준 연평균 22%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표>국내 기업의 대표적 혁신 사례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