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융합 바람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더 파격적이다. SW 경계를 초월한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탄생되고 있다. 또 SW간 융합을 비롯해 SW와 HW간, SW와 서비스 간 결합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기업 간 M&A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전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SW와 HW 기술을 동시에 갖게 된 점도 이러한 ‘융합’ 맥락에서 이해된다. 구글은 SW와 HW를 결합, 또 하나의 ‘애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셈이다.
◇‘HW+SW’ 통합 어플라이언스 ‘대세’=‘하나보단 둘이 낫다.’ SW 업계는 일찌감치 SW에 최적인 HW ‘짝’을 찾았다. 둘이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명 SW와 HW를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제품이다.
SW 기업은 핵심 제품을 출시할 때 마다 최적의 HW와 결합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제품 설계 때부터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구상한다. SAP, 오라클, IBM 등 글로벌 SW 기업이 앞다퉈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 IT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처리 속도 향상, 관리의 복잡성, 비용 절감 등 요구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은 시스템 구성시간을 최소화하고, 구축비용도 줄일 수 있다.
어플라이언스 경쟁으로 인해 업체 간 연합군 형성도 활발하다. SAP는 인메모리 DB 솔루션을 HP의 고성능 서버 제품과 결합해 내놓았다. 이 제품은 SAP의 올해 핵심 전략 제품이다. HP는 MS와도 손을 잡고 다양한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오라클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하며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칩 제조사를 인수할 방침도 밝혀, 융합 제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국산 SW 업체도 어플라이언스 추세에 합류했다. 안철수연구소는 통합보안관리 장비인 ‘APC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서버에 기존 SW 제품인 APC 제품을 통합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SW와 HW 통합제품은 고객이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면서 “어플라이언스 제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W+SW+SW…’로 통합 솔루션 바람=단일 SW간 통합 바람도 거세다. 글로벌 SW 업체 인수합병(M&A) 열풍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MS, 오라클, IBM 등이 한 달이 멀다 하고 SW 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기존 SW에 추가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W를 합쳐 통합솔루션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업체별 전문 영역의 틀도 깨지고 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오라클, 전사자원관리(ERP)는 SAP, 운용체계(OS)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시장에서 대표 업체로 통했다. 하지만 SAP가 최근 DB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진출에 나섰고, OS 시장에도 많은 기업들이 자체 OS를 만드는 등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형 SW 업체들은 운용체계에서 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경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책임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유지보수 이점으로 모든 SW를 단일 플랫폼으로 도입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업체들도 엔드투엔드 제품을 제공하고자 M&A에 보다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SW+서비스’로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 탄생=SW를 서비스로 제공하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클라우드 서비스 바람도 거세다. 대형 글로벌 SW 업체는 물론, 국산 SW 업체 대부분이 SaaS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고객관계관리(CRM)와 그룹웨어 등의 일부 분야 SW만 클라우드 서비스로 출시됐지만 이젠 전사자원관리(ERP), 인적자원관리(HRM) 등 기업 내 핵심 SW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산 SW 업체들은 이 같은 SaaS 서비스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SaaS 서비스는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매년 지속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업체 중 SaaS 서비스로 실제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아직까진 드물다.
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 단계를 넘어 본격 확산 단계로 접어들면 구조적 열악함에 시달리던 SW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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