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요시카즈 그리(GREE) 사장은 일본 경제계의 아이돌이다. 1977년생으로 만 34세에 불과하지만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다나카 사장이 갖고 있는 자산 규모는 1700억엔, 한화로 약 2조3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단지 개인 자산뿐 아니라 다나카 사장이 세운 그리는 세계 게임 시장에서 ‘무서운 신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6월 말 결산인 그리의 연간 매출은 641억7700만엔, 영업이익은 311억3300만엔이다. 단순 금액으로도 우리나라 최고 게임업체라고 평가 받는 엔씨소프트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앞선다.
영업이익률은 48%에 달한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2%와 59% 수직 상승했다. 올해는 매출 1000억엔, 영업이익 500억엔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 회원 수는 1억2360만명인데 해외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1년 전보다 일본 회원은 500만명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 회원은 6600만명이나 늘었다.
일본 언론은 그리의 성공 배경을 다나카 사장의 혁신적 발상에서 찾았다. 다나카 사장의 혁신은 ‘탈(脫) 일본’이 핵심이다. 그는 동양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품 기획에서 개발, 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을 일본에서의 성공 여부에 한정짓지 않고 세계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으로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국경의 한계를 더욱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일본이라는 하나의 국가에 가두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성실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많다는 일본의 장점은 반대로 틀을 깨려는 의지가 희박하다는 약점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나카 사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키나와 전통 국수 장인이 도쿄의 번화가에서 가게를 열면 성공한다는 안이한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그 번화가에서 인기 있는 메뉴가 국수인지, 라면인지, 우동인지 먼저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세계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뭔지를 우선 파악하고 다음에 일본이 경쟁력 있는 가치를 생각하는 순서가 맞는다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게임 산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세계인이 원하는 소셜게임에 녹여낸 결과가 그리의 빠른 성공이다.
다나카 사장의 목표는 세계 소셜게임 1위 업체다.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도요타와 닌텐도를 거론했다. 두 회사 모두 일본 내수 매출이 20% 미만이다. 그리 역시 그 길을 따라가겠다는 청사진이다. 과거 아케이드와 콘솔 시장에서 얻은 게임 왕국 일본의 영예를 소셜게임에서 되찾겠다는 각오다.
다나카 사장은 소셜게임의 밝은 미래를 플랫폼의 변화로 설명했다. 그는 “워드프로세서가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라졌듯이 전용기기는 언젠가 범용기기에게 자리를 내준다”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이나 디지털카메라, MP3 등의 전용기기가 스마트폰이라는 범용기기에 흡수되는 현 상황은 게임 역시 소셜게임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다나카 사장은 “지금까지 게임이 선진국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앞으론 20억, 혹은 30억명을 바라보는 사업”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셜게임은 언어가 아닌 게임 점수와 아이템이 공통 언어”라며 “일본이나 미국이나 남미 오지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단언했다. 탈 일본이란 발상의 전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는 다나카 요시카즈 사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혁신 CEO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