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왜 삼성전자만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요구하냐면서 딜러나 배급망(디스트리뷰터) 업자들의 불만이 많았어요. 현지 유통기업에 대한 물류 선진화 체계 ‘이식’을 1년 넘게 진행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본 후에는, 우리를 깊이 신뢰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해외법인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이런 물류 혁신의 힘이 컸지요.”
6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난 홍성룡 삼성전자 터키 판매법인장(상무)의 말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터키 시장에서 급성장한 배경을 묻자 주저 없이 제품 우수성과 함께 ‘물류 혁신’을 꼽았다.
IFA 2011 취재를 끝낸 후 방문한 이스탄불의 분위기는 ‘전자업계 불황 대응책’을 쏟아내던 IFA 현장의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유럽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제바히르 백화점 2층에 위치한 전자유통기업 ‘테크노사’ 매장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매하러 온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20여대로 성벽처럼 전시된 삼성전자 스마트TV에서 나오는 ‘소녀시대’. 메흐메트 나네 테크노사 CEO는 기자를 맞으며 “형제 나라에서 온 삼성전자는 테크노사 최고 파트너로 우수한 제품을 적시에 공급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테크노사는 터키 토종 유통 체인으로 260개 매장을 보유한,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와 같은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터키에 처음 진출한 건 1984년. 지난해 1월 판매법인으로 승격하기 전 대규모 매출을 내며 자리를 잡아갈 때부터 공급망관리체계(SCM)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일본 경쟁사를 제쳤던 핵심 비결인 ‘SCM 혁신’이 터키에도 적용된 것이다. 4년째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웅 삼성전자 과장은 “당시만 해도 유통기업에 전체 제품의 셀아웃(소비자 판매) 데이터를 요청해 딜러와 법인, 본사의 수요 예측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시작한 해외 법인은 우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실적이 말해준다. 법인 전체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분야에선 노키아를 추월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올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의 두 배에 가까운 16.43%로 1분기에 비해 6% 이상 점유율을 늘렸다. 메흐메트 나네 CEO는 “발표와 함께 터키 시장에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이 몇 개월이나 지나서 나오는 애플 아이폰보다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외 25%를 차지하고 있는 TV와 15%의 생활가전도 아르첼릭·베스텔 등 현지기업 및 보쉬 등 유럽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선두권에 올라 있다. 올해는 지난해 전체 매출 8억7000만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15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해는 20억달러를 바라볼 예정이다. 150개 브랜드숍은 2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법인에 공급되는 모바일 제품은 중국·한국 등에서 항공편으로 수송되고 TV는 육로, 생활가전 제품은 항로로 들어온다. 10월부터 ‘텔파’ ‘다사리’ 등 현지 휴대폰 디스트리뷰터와 함께 ‘상호공급계획예측프로그램(CPFR)’을 시행해 60일에 가까운 모바일 유통 리드타임을 40일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홍 법인장은 “내년부터는 테크노사와 CPFR를 시행하고, 딕슨과 미디어막 등 유럽 유통 기업으로도 확대한다”며 “유통에서 판매법인, 본사와 생산시스템·출하까지 이어지는 SCM 구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탄불(터키)=
<표>터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표>터키 평판패널 TV 시장 점유율
자료:GFK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