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라는 위기를 기회로 이용한 기업이 적지않다. 적극적 대처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과 제품이 마찬가지다. 또 에코라는 시대적 요구가 거대한 신시장을 생성하기도 한다.
전력과 물이 크게 부족해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정부가 에너지 절약상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역시 관련 상품 인기가 높다. 사우디 정부는 일반 세탁기보다 물 사용량이 40%나 적은 LG 드럼세탁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LG는 사우디 드럼세탁기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가전제품 에코 포인트 제도’를 실시, 친환경 가전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나소닉 절수형 변기는 도기가 아닌 유기 글래스 소재로 만들어 물때를 자동 청소해주는 기능이 있다. 물 사용량이 전보다 65%나 줄어 연간 1만3700엔이나 절약할 수 있다. LED 조명도 기존 조명보다 10배나 비싸지만 백열전구와 형광등 대체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고유가와 글로벌 경제위기에 자극을 받은 독일에서도 친환경 가전 인기가 높다. 지멘스 iQ 700 WT46W592 세탁기는 물 소비를 연간 7062ℓ나 절약할 수 있는 지능형 세탁기다. 한 번 세탁할 분량의 세제로 20번 세탁할 수 있으며 섬유종류나 세탁량, 세탁물 오염정도 등 다양한 세탁 조건에 따라 완벽한 세탁 효과를 자랑한다. 명품 주방용품 브랜드 실리트도 혁신적 기능 컨트롤러가 부착된 압력솥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제품은 에너지 소비가 70%나 절약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가 엄청난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그리드는 비효율적인 현행 전력시스템을 IT를 접목해 개선해보려는 것이다. 전력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빨래를 해주는 세탁기가 좋은 예다. 이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전도 똑똑해져야 한다. 스마트그리드에는 ‘스마트가전’이 필수인 것이다.
정부 스마트그리드 국가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지능형 전력거래시스템을 구축하고 통합전력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 국토에 스마트그리드가 깔리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에서 IT 관련 시장은 2009년 693억달러에서 2014년 1714억달러로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스마트센서와 IT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기기, 스마트미터 등이 포함된다.
스마트가전 시장은 2011년 31억달러에서 2015년 152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소비가 많은 세탁기와 냉장고 등 대형가전에서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스마트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월풀은 2006년 건조기에 ‘스마트 그리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해 전력피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히터를 정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월풀은 이 기술을 2015년까지 전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GE도 피크 전력 시간에 최대한 가동시간을 줄여 최대 10%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스마트가전 시대가 개막되면서 관련 기술 특허 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절전형 스마트가전 특허 출원은 매년 86%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간대별 전기요금에 따라 절전 운전하는 특허 출원은 2009년 첫 등장해 지난해 3배나 증가했다.
기술 분야별로는 대기전력 절감기술(65%), 실시간 전력 요금에 따라 운전을 제어하는 스마트그리드 연동기술(14%), 휴대기기를 이용한 원격제어 기술(12%), 사람·온도 등 환경 변화를 감지해 가전을 제어하는 기술(9%)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밖에 에너지 효율 분야가 2009년 3170억달러에서 2020년 1조4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친환경 상품 시장도 2009년 806억달러에서 2015년 1642억달러로 커지는 등 ‘그린 스트레스’는 커다란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스마트가전의 경우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전력절감 기기 기술 개발과 생산 인프라 구축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또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보유한 우수한 IT 역량을 전력기술과 융합하려는 시도도 많을수록 좋다. 무엇보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판단하는 ‘에코지능’을 기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
표1. 세계 스마트가전 시장(단위: 백만달러)
자료: Zpryme(2010.3)
표2. 연도별 절전형 스마트가전 특허출원 동향(단위: 건)
자료: 특허청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