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ㆍ외 운용사 1호 헤지펀드 놓고 `진검승부`

모회사 지원 업은 외국계가 초기에 유리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한창헌 이 율 기자 =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자산운용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헤지펀드 사업자의 인가신청을 받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기준으로 보면 헤지펀드 신청 자격이 있는 자산운용사는 모두 13곳 정도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 1호 헤지펀드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호 펀드 확보를 위해 국내외 운용사들이 벌일 경쟁도 관심거리다.

국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외국계 운용사들이 일단 유리하지만, 한국시장에 강한 토종 운용사들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 1호 헤지펀드는 `대박`

1호 헤지펀드가 가장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상징성은 엄청나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마련이어서 마케팅 효과도 매우 크다.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사모투자회사(PEF)에서 학습효과가 생겼다.

1호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이 지난해 3월 일반인 공모 청약 때 경쟁률이 `87대1`에 달했다. 청약자금만 1조1천억원 몰렸다.

국내에서 PEF의 포문을 연 `미래에셋 PEF 1호`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거 몰려 미래에셋그룹이 PEF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1호 헤지펀드를 선점하는 투자회사도 비슷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역사에 `국내 최초 헤지펀드`라는 타이틀을 얻기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선 매우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11일 "1호펀드 타이틀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운용사들간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 인가요건과 운용경험, 위험관리 기법 등 모든 분야에서 준비를 끝낸 상태다. 언제든지 헤지펀드를 출시할 수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 하나UBSㆍ신한BNP파리바 의욕 왕성

외국사 중에서 1호 헤지펀드에 가장 욕심을 내는 곳은 하나UBS와 신한BNP파리바다. 모회사인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직ㆍ간접 지원을 받는 곳이다.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 전혀 없어 바닥에서 출발해야 하는 토종 운용사와 비교하면 큰 장점이다.

하나UBS의 최대주주인 UBS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중 하나다.

특히 UBS글로벌자산운용의 A&Q팀(Alternative and Quantitative Investments)은 헤지펀드 등 대안투자 전문 부서로 세계 재간접헤지펀드 시장에서 1~2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 팀은 하나UBS의 자문단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강창주 상무는 "헤지펀드는 인가 작업이 시작되면 바로 신청할 것이다. UBS 본사의 운용 시스템과 하나UBS 고유의 공모형 헤지펀드 운용 경험을 접목한다면 1등 헤지펀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BNP파리바는 완전한 외국계는 아니다. BNP파리바는 신한BNP파리바 지분 35%를 보유한 2대주주다. 하지만, 헤지펀드 사업에 대한 지원은 모회사 못지않다.

BNP파리바그룹 자회사 중에는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등에서 재간접 헤지펀드를 취급하는 회사가 두 곳이 있다. 이 분야에선 메이저급 회사들이다.

최기훈 마케팅본부 상무는 "국외 네트워크가 최대 장점이다. BNP파리바그룹 내 헤지펀드 회사와는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세미나 등을 통해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안운용본부가 있어서 헤지펀드 운용에도 강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 미래에셋ㆍ삼성자산ㆍ한국투신은 준비 완료

국내 3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도 1호 헤지펀드 도전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미래에셋그룹에서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하 맵스운용)이 헤지펀드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왔다. 맵스운용의 형님뻘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자산운용)은 기존의 사모펀드 수탁액을 기준으로 한 자격요건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맵스운용이 금융공학펀드와 절대수익펀드 등 헤지펀드 방식의 운용 노하우를 가진 점도 고려됐다.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기준을 전체 수탁액 기준(10조원 이상)으로 바꾸면서는 반대의 상황이 됐다. 자산운용은 자격을 얻었지만, 맵스운용은 약 7천억원의 차이로 어려움을 맞게됐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투톱`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자산운용과 맵스운용이 각자 인가를 받아 서로 차별화된 헤지펀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맵스운용도 조만간 수탁액 증가로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 사간 헤지펀드 운용 인력을 교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헤지펀드 전략을 수행하는 다양한 절대수익형 상품과 공모ㆍ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 출시에 대비해왔다. 인가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양사가 전문적이고 특화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제도가 허용되면 언제든 헤지펀드를 출시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도 상품 기획을 끝내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운용 김진형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6개월간 헤지펀드 출시에 대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다양한 상품을 연구해왔다. 금융당국의 시행령이 확정되는 대로 2~3종의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헤지펀드 출시 작업은 거의 끝냈다. 한국주식과 아시아주식을 활용한 `롱쇼트펀드`를 먼저 준비해 현재 시뮬레이션(모의투자)을 하고 있고, 실시간 점검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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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