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8월이후 韓증시서 5조5천억 '매물 폭탄'

유럽계 은행 부도 위험 2008년 위기 때보다 악화

韓 은행 위험도도 1년1개월來 최고 수준

(서울=연합뉴스) 한창헌 이 율 박상돈 기자 = 지난달 이후 한국 주식ㆍ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 5조5천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후 전 세계가 저성장 공포에 휩싸인데다, 유럽계 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상승하자 유럽계 외국인들이 신흥국 대표격인 한국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운 결과다. 이들은 그동안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오던 채권시장에서마저 순매도로 전환했다.

유럽계 은행들의 부도 위험은 3년 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 은행들의 부도 위험도 1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발 위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 유럽계 자금 韓시장서 5.5조원 대탈출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던 지난달 이후 8일까지 유럽계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9천991억원, 채권시장에서 1조4천724억원 어치를 합쳐 모두 5조4천715억원을 순매도했다.

유럽계 외국인은 올해 들어 7월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7조4천95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1조9천24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유럽지역 재정위기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유럽계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 한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마저 순매도로 전환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가 지난달 이후 주식시장에서 1조2천504억원, 채권시장에서 1조671억원 어치를, 영국은 주식시장에서 7천154억원, 채권시장에서 5천344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 외환시장으로 변동성이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럽계 은행 부도 위험 2008년 금융위기 능가

유럽계 은행의 부도 위험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일 현재 프랑스계 유럽 대표 은행인 BNP파리바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75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33bp 폭등했다.

역시 프랑스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SG)의 CDS프리미엄은 390bp로 전날보다 무려 57bp 뛰어올랐다. 이 은행들의 3년 전 금융위기 당시 CDS프리미엄은 120bp대에 불과했다.

통상 CDS프리미엄이 400bp를 넘어가면 해당 은행은 발행한 채권이 차환발행이 안 돼 자본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 프랑스계 은행은 거의 부도 직전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유럽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커지면서 이들 은행이 달러를 조달해야 할 때 내야 하는 비용인 유로달러 스와프베이시스 3개월물은 9일 현재 107bp로 전날보다 12bp 치솟았다.

유럽 은행의 단기 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리보(Euribor.유로존 은행간 금리)-OIS(초단기 대출금리) 스프레드는 82bp로 폭등해 올들어 최고치를 다시 썼다. 유리보-OIS 스프레드의 상승은 유럽 은행간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여신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CDS프리미엄이 2%포인트를 넘어가면 4%포인트까지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유럽 은행들은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고, 만약 실제 부도가 난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수준의 충격을 던져줄 수 있다"고 말했다.

◇ 韓은행 부도 위험도 1년1개월 來 최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부도 위험도 1년1개월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일 현재 8개 한국은행의 평균 CDS프리미엄은 158bp로 작년 8월 10일 166bp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들의 CDS프리미엄은 지난달 말 149bp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60bp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한국은행들의 CDS프리미엄은 외화 차입 리스크를 나타내는 대리지표로 CDS프리미엄이 상승할수록 외화차입 리스크는 올라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은 "모든 부실은 결국 은행위기로 연결된다. 통상적으로 은행위기는 은행간 신뢰악화, 자금거래 경색, 단기금리 급등, 은행 차입청산, 중개기능 마비, 은행부도 순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과거와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2008년과의 차이점은 미국이 아니라 유로지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커진 것과 더불어 국가 위험도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국정부 발행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6bp 뛴 143bp로 상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