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현장]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갈라`

한귀리 사장(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갈라 직원들이 문화예술 콘셉트에 맞춰 포즈를 취했다. 갈라는 문화예술 분야 전문 크라우드 펀딩 벤처기업이다.
한귀리 사장(오른쪽 두번째)를 비롯한 갈라 직원들이 문화예술 콘셉트에 맞춰 포즈를 취했다. 갈라는 문화예술 분야 전문 크라우드 펀딩 벤처기업이다.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 시에는 ‘로보캅’ 동상 건립이 시작됐다. 도시를 배경으로 삼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같은 이름의 영화를 기념하기 위한 것. 그런데 동상 건립비용은 시 예산에서 나온 게 아니다. 한 시민의 제안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돼 일반 시민들이 투자로 기금이 마련됐다. 프로젝트가 공표되고 처음 4일 동안 900여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루는 등 총 2718명 투자자가 6만7436달러의 돈을 모았다.

 이 프로젝트가 이뤄진 곳은 ‘킥스타터(KickStarter)’라는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다수를 상대로 한 창작·개발 등에 다수가 ‘기부’ 형식으로 투자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선 한달에 50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인다. 비운의 로큰롤 밴드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 ‘3줄 짜리 기타’ 개발 등 상상 속에만 있던 프로젝트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진다.

 ‘갈라(GALAAAA)’는 이러한 문화·예술 분야 크라우드 펀딩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신생 벤처 기업. 한귀리 갈라 사장은 4년 동안 인기 케이블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일했다. 한 사장은 “한정된 문화 상품만을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에 한계를 느끼다 회사를 그만두고 스페인에 갔더니, 갖가지 소소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행사 기획, 여군 등 다양한 이력의 동료가 모였다.

 한 사장은 문화 소비가 획일화된 이유를 ‘유통사가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작고한 최고은 작가의 비극도 유통 헤게모니를 쥔 대기업의 구미에 맞추지 않으면 제대로 기획조차 안 되는 구조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유통사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접목시키자고 생각한 것.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는 어렵지 않다. 콘텐츠 제작자가 프로젝트를 갈라에 제안한다. 이 내용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소비자는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이 프로젝트에 내놓는 ‘투자자’로 변신한다. 목표 기금 액이 차면 프로젝트가 성사되고, 투자자는 투자 금액에 따른 각종 문화 혜택을 ‘배당’받는다.

 갈라는 본격적인 사업 시작에 앞서 ‘전국 호프집 투어 콘서트’라는, 300만원짜리 파일럿 프로젝트를 띄웠다. 편안한 아이리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바드’를 내세운 프로젝트 결과는 성공이었다. 한 사장은 “매일 같은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데 질려 있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많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크라우드 펀딩 환경은 미국 등에 비하면 상당히 척박한 수준이다. 일단 제작자들이 소극적이다. 성공 여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또 소비자에게는 크라우드 펀딩 개념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같은 기업이 더 필요한 것 아닐까요.” 한 사장은 공연 뿐 아니라 영상, 패션 등 분야를 확대하고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B2B 영업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투자하면 ‘문화 DNA’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갈라보다 앞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벤처기업도 꾸준히 운영되고, 문화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자체 홈페이지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도입 사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