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시스가 적자에 시달리던 휴대폰 제조 사업을 중단한다. SK텔레시스는 14일 사내에 휴대폰 사업 중단 결정을 공지했으며 이달 인력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SK텔레시스를 통해 휴대폰 제조 사업을 해왔다. 지난 2005년 ‘스카이’ 브랜드로 알려진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 뒤 4년 만에 휴대폰 완제품 시장으로 복귀했지만 또다시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SK텔레시스의 휴대폰 제조사업 중단은 앞으로 휴대폰 시장이 소수 스마트폰 메이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 회사는 2년 전 휴대폰 제조사업을 시작했지만 스마트폰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마이너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퇴출이나 인수·합병 물결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발 ‘부익부 빈익빈’ 가시화=SK텔레시스가 고전한 것은 애플·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공세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지만 초기 시장은 ‘아이폰’ ‘갤럭시S’ 등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중소기업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여기에 일반 피처폰과 달리 스마트폰은 연구개발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경영 압박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으로 치달았다.
SK텔레시스는 이 때문에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두 차례 유상증자로 힘을 더했으나 휴대폰 사업 철수설에 시달렸고 결국 사업 중단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SK텔레시스의 결정으로 불확실한 휴대폰 사업의 부진을 털어내고 주력 분야인 통신장비 사업에 집중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판도변화 급물살 탈듯=SK텔레시스가 휴대폰 제조 사업은 휴대폰업계 시장구조조정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사업 중단하면서 경영난에 직면한 비슷한 기업들의 사업조정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LG전자마저 중국 R&D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해외조직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도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새 주인 찾기 등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엔스퍼트·아이리버 등 중소기업은 실제로 해외 기업과 M&A 접촉설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한 임원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중·하위권 업체들의 위기감이 심한 상황”이라며 “중국 등 자본력을 갖춘 해외기업으로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화시장 개척 등 과제로=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안드로이드폰을 제조하는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M&A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특화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KT 휴대폰 제조사인 KT테크는 이를 반영하듯 최근 다양한 디지털기기와 결합할 수 있는 ‘스파이더폰’을 선보였다. 팬택도 LTE폰을 출시하면서 미국 등 해외시장에 사활을 건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M&A 위협에 놓인 기업들은 당장 비전을 밝혀야 유리한 M&A도 가능하다”며 “대기업과 당장 맞대결하는 것보다 틈새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보일 수 있는 데 주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