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우려와 프랑스 대형은행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면서 175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도 1100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와 유럽 은행 위험이 확산된다고 해도 2008년처럼 국내 은행 건전성 문제 부각에 따른 자금이탈이나 원화가치 급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77포인트(3.52%) 하락한 1749.16에 마감했다. 1750선 붕괴는 지난달 22일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18.64포인트(3.96%) 하락한 452.30을 기록했다.
지수 하락 방아쇠를 당긴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여파는 환율까지 미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0원50전(2.83%) 급등한 1107원80전에 마감했다. 지난 5월 25일 이후 4개월여 만에 1100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상승폭도 지난해 6월 7일 34원10전 오른 이후 최대였다.
추석 연휴 기간 그리스는 유렵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간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되면서 디폴트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부채 노출도가 큰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프랑스 3대 은행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했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소시에테제네랄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크레디아그리콜 신용등급을 ‘Aa1’에서 ‘Aa2’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이들 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 손실 가능성을 들었다.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금융권에서는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 건전성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에 대한 국내 은행 위험 노출도가 낮은 점을 들어 급격한 자금이탈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단기 채무는 2008년 667억달러보다 적은 520억달러에 그치고 프랑스 주요 은행과 국내 은행 신용거래 규모는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요 은행 단기자금 비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지표가 개선돼 국내 은행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 디폴트를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리스가 IMF으로부터 6차지원분을 받게 되면 3개월가량 시간을 벌게 돼 최악의 국면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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