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양 서울대 교수팀, 도마뱀 발바닥에서 착안
국내 연구진이 도마뱀의 발바닥 구조를 응용,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피부에 잘 달라붙는 의료용 패치(patch)를 개발했다.
서울대학교는 서갑양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의료용 건식(乾式) 접착 패치를 제작해 실제 검진에 사용해본 결과,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건식 접착은 보통 의료용 패치에 사용되는 아크릴레이트 등 화학물질 `끈끈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접착용 화학물질은 패치에 공기를 잘 통하지 않게 하고, 알레르기 등 다양한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접착제 없는 패치는 게코(Gecko) 도마뱀이 벽이나 천정에 기어올라도 떨어지지 않는 원리를 본 뜬 것이다.
이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점액이 아니라 길이 50~100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수 백 만개 털이 있다. 2000년대초 과학자들은 이 털들과 물체 표면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고, 하나 하나의 털이 받는 힘들이 충분히 많이 모이면 도마뱀 몸무게를 지탱할만큼 접착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도 실리콘계 고분자 소재의 패치 접착면에 미세 돌기(털)를 새겨 넣었고, 특히 이같은 표면 구조를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기술은 앞으로 각 개인의 피부 거칠기, 신체 부위 등에 따라 `맞춤형` 패치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제작한 건식 패치를 실제 심전도 검사에 사용한 결과, 피부 부작용이 없었고 중금속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 간단히 씻어 30차례 이상 다시 사용해도 접착력을 유지했다.
다만 접착력은 기존 화학물질 접착제를 사용한 패치의 약 40% 수준에 그쳤다.
서 교수는 "생체의료용 건식 섬모 패치는 새로운 개념의 패치로서, 지적재산권과 경제적 부가가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용 패치를 대체할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실렸다.
<기존 패치와의 건식 패치(좌측 하단)의 원리 비교, 건식 패치를 사용한 심전도 검사 과정(중간, 우측)>
<서갑양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