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10억원당 SCI논문 0.7편..대학의 9분의 1
이달말 청와대 주재 출연연 구조개편 장관급 회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액의 절반 가량을 `독식`하면서도 연구 성과는 국내 대학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달 말 관련 부처 장관들을 모아 출연연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18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작성한 `2010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 등에 따르면 출연연들은 지난해 총 13조6천827억원의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 가운데 39.8%(5조4천457억원)를 받았다.
이같은 비중은 대학(25.3%)이나 중소기업(1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08~2010년 3년 평균으로 따져도,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의 40%는 출연연에 집중됐고, 대학에는 25%가 지원됐다.
출연연 연구 인력이 우리나라 전체 연구수행기관 인원 가운데 4.8%(2009년 기준)에 불과하고 대학이 27.4%에 이르는 사실을 감안하면, 출연연에 대한 국가 연구·개발(R&D)의 집중 정도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연구 성과는 투자에 비례하지 않았다.
2009년 발표된 국내 연구진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2만4천174편 가운데 출연연에서 나온 것은 14.6%(3천535편)에 불과했다. 78.6%(1만8천998편)를 차지한 대학의 5분의 1 수준이다.
사용한 연구비 대비 SCI 논문 수를 따지면 격차는 더욱 컸다. 같은 연구비 10억원을 썼을 때 대학은 한 해 6.3편, 출연연은 9분의 1인 0.7편의 SCI 논문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질적 평가 지표인 특허 성적에서도 출연연은 대학에 뒤쳐졌다. 2009년 출원된 1만4천905건의 특허 가운데 출연연의 비중은 30.0%(4천476건)로, 대학(43.2%, 6천452건)을 밑돌았다.
연구비 10억원당 특허 출원 건 수도 대학(0.6건)이 출연연(0.2건)의 3배였다.
연구 성과가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응용된 `사업화` 건 수는 대학(797건)이 출연연(156건)의 무려 5배에 달했고, 기술료 징수 건 수 역시 대학(820건)이 출연연(772건)을 앞섰다.
국과위와 KISTEP 등은 상대적으로 출연연의 성과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많은 수의 단기 과제 중심으로 출연연의 사업이 추진되면서 연구 역량이 분산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과위는 기존 `연구과제중심(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를 점차 없애고 `블록펀딩(묶음예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기관이 정부나 민간 등으로부터 개별 연구과제(프로젝트)를 수탁해 인건비 등을 충당하는 방식의 PBS가 출연연 비효율성의 근원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출연연 지배구조(거버넌스) 통합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산하 출연연 13개)나 지식경제부(14개) 등 정부 부처 소속으로 갈려있는 출연연들을 국과위 등 하나의 지배구조, 법인 아래 모아 그 안에서 연구 과제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기관간 융합 연구로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달말 김도연 국과위원장, 교과부·지경부·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불러 출연연 구조 개편을 주제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경부 등은 산하 출연연에 대한 지배 권한을 내주는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 `지배구조 통합, 출연연간 칸막이 철폐`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경우 국과위나 정부 부처가 개정이 필요한 관련 법안을 손질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과위와 국과위원장은 지난해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가 마련한 개선안대로 연구 효율 측면에서 출연연의 국과위 산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며 "교과부측도 통합 필요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나, 지경부측이 계속 반발하고 있어 한 번의 회의에서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구주체별 주요 연구개발 성과(2007~2009년)>
┌────────┬─────────────┬──────────────┐
│ 연구 │ SCI 논문(게재수) │ 국내특허(등록건수) │
│ 수행주체 ├───┬────┬────┼────┬────┬────┤
│ │ ‘07 │ ‘08 │ ‘09 │ ‘07 │ ‘08 │ ‘09 │
├────────┼───┼────┼────┼────┼────┼────┤
│ 출연연 │2,968 │ 3,311 │ 3,535 │ 2,878 │ 2,062 │ 1,175 │
│ ├───┼────┼────┼────┼────┼────┤
│ │(15.8%│(14.7%) │(14.6%) │(35.7%) │(33.3%) │(25.6%) │
│ │ ) │ │ │ │ │ │
├────────┼───┼────┼────┼────┼────┼────┤
│ 대학 │14,561│ 17,658 │ 18,998 │ 2,614 │ 2,395 │ 1,819 │
│ ├───┼────┼────┼────┼────┼────┤
│ │(77.7%│(78.4%) │(78.6%) │(32.5%) │(38.7%) │(39.6%) │
│ │ ) │ │ │ │ │ │
├────────┼───┴────┴────┼────┴────┴────┤
│ 연구 │ 기술료(징수건수) │ 사업화(건수) │
│ 수행주체 ├───┬────┬────┼────┬────┬────┤
│ │ ‘07 │ ‘08 │ ‘09 │ ‘07 │ ‘08 │ ‘09 │
├────────┼───┼────┼────┼────┼────┼────┤
│ 출연연 │ 716 │ 1,160 │ 772 │ 488 │ 321 │ 156 │
│ ├───┼────┼────┼────┼────┼────┤
│ │(10.1%│(15.9%) │(13.0%) │ (6.5%) │ (4.6%) │ (1.9%) │
│ │ ) │ │ │ │ │ │
├────────┼───┼────┼────┼────┼────┼────┤
│ 대학 │ 846 │ 982 │ 820 │ 1,010 │ 444 │ 797 │
│ ├───┼────┼────┼────┼────┼────┤
│ │(11.9%│(13.5%) │(13.8%) │(13.5%) │ (6.4%) │ (9.6%) │
│ │ ) │ │ │ │ │ │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