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ㆍ딜로이트안진 "저축은행 감사 안해"
대형 회계법인들이 저축은행 회계감사를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저축은행 감사가 `돈은 안되면서 위험만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부실 회계감사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진 것도 회계법인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요인중 하나다.
18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전에 저축은행은 기피 대상이 아니었지만,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달라졌다. 일부 부실한 저축은행과의 계약은 자동적으로 해지됐고 앞으로 추가 수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16곳의 저축은행과 자유수임 계약을 체결해 `빅4` 회계법인 중에서 저축은행 대상으로는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린 곳이다.
그러나 보해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저축은행 감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안진은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담당 회계사는 한때 구속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임료는 감사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시간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도 문제다. 부실 감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회계감사를 맡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삼정KPMG)도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인의 고위관계자는 "애초 저축은행과 감사 계약은 원칙적으로 체결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이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은 지난해 스탠다드차타드(SC)저축은행 한 곳과 유일하게 자유수임 계약을 맺었다. SC금융지주의 감사법인으로서 계열 저축은행까지 감사를 맡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감사는 기본적으로 위험이 따른다. 또 삼정의 회계감사 기준이 까다롭다고 소문이 나서 웬만한 곳에서는 감사 의뢰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언스트앤영)도 앞으로 저축은행 감사를 맡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신중하게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위험이 가장 큰 사업자 중 하나다. 일단 감사 의뢰가 들어오면 위험 수준을 판단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대형 회계법인들의 저축은행 감사 기피 현상과 관련해 우리 법인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은 대체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서 부실을 회계적인 방법으로 숨기고자 하는 유혹이 많은 곳이다. 감사인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는 등 저축은행 고유의 특성이 감사 수임을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