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일단 지난주에 발생한 정전사태의 급한 불은 껐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재발방지를 위해 전력수급 비상시 대응체제 점검에 나섰다. 전력거래소는 16일부터 정비 중인 발전소 긴급 가동 및 양수발전소 운전으로 7121만㎾의 공급능력을 확보하면서 전력수급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문제는 올 겨울 이상 한파가 몰고 올 동계피크다. 해마다 겨울철 전력피크 오면서 우리나라 초침이 ‘동계 전력대란’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의 평균기온은2009년보다 1.6도 더 내려간 영하 0.4도를 기록했다. 특히 올 겨울은 지난해와 같은 강한 한파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철 기상청 통보관은 “오는 12월 이후의 기온을 지금 전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올해는 평년기온보다 높고 강수량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한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급격한 기후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상 이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력사용량은 2년부터 여름보다 겨울철 전력피크가 높게 나오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열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난방 수요가 냉방 수요를 넘어가면서다. 지난겨울 최대전력수요도 7313만㎾로 지난 8월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인 7175만㎾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용량 증대와 수요 억제로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적인 수급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선 올 겨울 전력수급도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경부는 사용량 대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인 예비전력을 기존 400만㎾에서 10% 가량 늘린 440만㎾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최중경 장관은 현재의 예비전력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10~15% 가량 확대하는 계획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계부처 간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비상시 대응 매뉴얼을 일원화 해 정전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전력업계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전력수급계회의 전면 개편이나 수요예측 방법 수정 등이 그 예다.
전력거래소 한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전력사용 증가량이 신규 발전설비량보다 많다”며 전력수급계획에 신규발전소를 추가하거나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거래소는 당장 전력수급량을 늘릴 수 없는 만큼 수요자원시장 추가 개설을 통해 전력수요 조절에 나설 예정이다.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일정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올해와 같이 기상청에서 늦더위 예보가 나오면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수정하는 식이다. 비상 시 수급조절 운영계획도 현실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비상사태 시 사전 단계를 건너뛰고 최후조치를 취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복안에서다.
주요시설 전력망 분리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순환정전을 할 때 의도와는 달리 신호등이 꺼지고, 일부 은행의 업무가 마비된 것도 주요 사회 전력인프라에 대한 분리작업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순환정전을 위해 지역별로 송전을 차단했지만 같은 배선에 물려있던 통신·교통·금융 설비들이 함께 전력공급을 받지 못했던 셈이다. 전력업계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전력망 분리작업이 되지 않으면 향후 정전 시에도 이번과 같은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전력은 전력거래소·발전자회사들과 합동으로 예비전력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직접부하제어 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력수급상황을 정밀점검하고 조치단계별로 문제의 소지를 점검해 유사사태를 막겠다”며 “지경부와 관계기관이 함께 보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석·조정형기자 dskim@etnews.com
<표> 최근 10년간 월별 겨울철 평균기온
자료: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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