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전사태와 관련 국내 전력거래 시스템의 전면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지식경제위원들은 최근 정전사태를 놓고 ‘후진국형 인재(人災)의 종합판’으로 규정하고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업무를 한전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력공급중단은 국가 재난에 준하는 사안인 만큼 위기관리대응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경위원들은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던 정전사태에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전력거래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정전사태를 키운 만큼 시스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당초 계획과 달리 발전소의 정비 일정이 앞당겨 진행됐고 이에 대한 사전 공유가 없었다”며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계통운영 업무를 한전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 역시 “사태 예방은 물론이고 사후 점검 시스템에도 문제가 드러나는 등 관리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보완할 정비가 필요하다”며 전력산업 재통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가동 정지돼 있는 발전소까지 발전입찰에만 참여하면 공급능력과 예비력으로 포함시켜 온 관행을 지적하며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현실화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포화도 쏟아졌다. 대부분 의원들은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꼽았다. 전기요금이 현실화돼 있지 못하다 보니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력예비력을 실제보다 높게 보이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강창일 의원은 “이번 정전사태에도 대기업은 순환정전 조치를 당하지 않고,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서민들만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의 대기업만을 위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도 “전기사용 상위 10위 대기업들이 1조4847억원의 요금 특혜를 받았다”며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난 8월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현실적인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지경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질책했다.
국가 전력 위기관리대응시스템과 만일의 사태에 대한 한국전력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은 “정전사태의 피해가 커진 것은 충분한 사전예고가 없었기 때문으로 재난상황에선 소방방재청 등과의 협조를 구축해 즉각적인 고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전력이 자신들이 만든 약관에 의해 면책과 손해배상 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상위규범과 배치되는 만큼 보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약관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석·조정형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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