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동반성장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시급`

[창간기획]동반성장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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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차원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보다 개선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자신문이 창간 29주년을 맞아 실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실태조사 결과는 정부 정책에 대한 IT종사자들의 실망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정부 주도 동반성장 정책 필요성에는 크게 공감하면서도 실효성 및 향후 전망에는 부정적인 입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실행에 대한 갈망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대·중소 상생정책 필요성 86.5% 동감…달라진 것 없다 76.3%

 먼저 정부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설문 참가자의 86.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에 필요치 않다는 의견은 13.5%로 나타났다. 절대 다수가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시행에 있어 지지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효성을 묻자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정부의 의욕적인 정책 추진에도 동반성장이 가져온 변화는 없다는 의견이 절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상생 협력 추진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계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물었다. IT종사자의 76.3%는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을 냈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나빠졌다는 의견이 12.5%로 집계돼,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는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정책 의도와 추진하는 이유는 충분한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동반성장’의 목적이 전파되거나 달성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동반성장 정책을 최근 경제 제1 과제이자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하도급법, 상생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한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으며 동시에 중소·중견기업 육성책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30대 그룹이 1조원 규모 동반성장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아가 현금결제 비율 상향조정, 동반성장 협약체결 등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일련의 노력이 현장에 뿌리내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아직 미약하고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번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IT종사자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동반성장 정책은 어떻게 될까. 산업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려 진정한 상생을 전파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성과를 내지 못한채 한계에 부딪힐 것인가. IT 종사자의 의견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정책 전망을 물은 질문에 72.3%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공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은 27.7%에 불과했다.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중소기업 간 상생 관계 개선도 결과를 통해 그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IT종사자들은 동반성장 정책 추진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76.3%)을 내놓았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절대다수가 앞으로 전망 역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신뢰 회복 문제다. 정부 차원 상생 협력 정책 필요성에 대해선 절대다수가 공감했다. 이를 실천 동력으로 이끌어낼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대·중소 상생 기술 협력부터 시작해야

 중요한 것은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다. 철저한 현실 분석과 원인 파악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책 및 대안 마련은 불가능하다.

 IT업체에서 겪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에 있어 애로사항을 물었다. 이에 대해 종사자들은 성과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25.2%)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상호 협력을 토대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도 성과의 분배기준이 명확치 않아 갈등 요인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응답은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출혈(24.7%)로 나타났다. 성과 공유의 어려움을 꼽은 응답만큼 높은 비중이다. 출혈 가격은 동일 시장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의 어려움을 뜻한다. 이는 올 한해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따른 중소기업 영역 침범과 맥을 함께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중기적합업종 선정작업을 추진 중에 있는데,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제도적 미비도 23.5%로 나타나 IT종사자들이 생각하는 상생 애로사항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자사 기술 등 정보유출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15.0%로 조사돼 IT업체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과정에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에 있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응답은 현장의 실제 요구들이 반영된 결과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종사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협력 요구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38.9%가 기술 협력을 꼽았다. IT 분야에 있어 기술 협력은 필수가 됐다. 특히 생태계 조성이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 시대 기술 협력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를 증명한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이 회사는 개방과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숨 쉴 환경, 즉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그 결과 구글은 세계적인 글로벌 IT기업으로 발전했고, 이를 통해 자국의 경쟁력 강화 및 고용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IT종사자들은 기술 협력 다음으로 자금 및 신용지원(21.9%)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술 협력이 미래지향적이라면 자금 및 신용 지원은 현실적인 요구라 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제품화를 위한 자금 여력이 부족해 우수 기술이 사장되는 현실이 투영된 조사 결과로 풀이된다.

 원가 절감을 통한 성과 공유(16.5%)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서 대·중소기업 상생의 애로사항에서 나타난 성과 공유의 어려움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이밖에 기타 의견으로는 판매·마케팅(10.5%)도 대·중소기업 간 공유되어야 할 가치로 꼽았으며 △인력지원(3.0%) △경영지도(2.0%) △원부자재/설비 대여(2.0%) 등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IT종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결론을 요약하면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주기적으로 상생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공표해 정부 정책 의지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가 34.9%로 가장 많았다. 상생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세제 등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3.4%로 뒤를 이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상생 협력 필요성에 대한 교육 등 인식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16.0%, 대·중소기업 간 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꼽은 응답자는 13.5%로 조사됐다.

 

 ◇동반성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전제 조건…소프트웨어·부품소재 분야서 협력 강화해야

 지난해 벌어진 도요타 리콜 사태는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도요타는 자동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품 단가 인하를 협력업체에 요구했다. 이 압박은 결국 품질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와 잘 나가던 도요타를 일순간 위기로 몰아넣었다. 글로벌 경쟁력은 협력회사와 동반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협력회사와 동반성장 없이는 LG 경쟁력 향상도 불가능하다”며 “협력업체들이 LG와 함께 해외에 동반진출할 때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 IT산업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는 이 때 상생이 필요한 분야와 상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기대되는 분야는 어디일까.

 조사 결과 IT 종사자들은 모두 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를 가장 비중 있게 꼽았다. 36.7%가 SW/솔루션에서 상생이 필요하며, 26.7%가 협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답했다.

 이는 소프트파워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뒤처지고 있는 국내 IT산업의 현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OECD 19개국 중에서 14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비(非)소프트웨어 산업의 소프트웨어 활용도 또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이나 구글이 앱을 통해 건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했듯이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내포돼 있다. 굳이 연구보고서를 인용하지 않아도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위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감지된다. 불법 복제율이 40%에 이르고 소프트웨어에 제값을 쳐주지 않는 관행은 여전하다. 국산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요율도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IT종사자들은 소프트웨어에 이어 부품소재 분야 역시 상생의 필요성과 효과가 높을 것으로 지적했다. 산업계 오랜 숙제인 완제품과 부품소재 불균형을 풀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통신서비스, 게임콘텐츠 분야도 상생 필요 분야로 꼽았다.

 일련의 지적은 국내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 실제로 상생 협력 수준을 국내와 해외(해외 글로벌기업)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IT종사자들은 국내 상생 수준을 100점 만점에 44.22점으로 보통 이하 수준인 것으로 평가한 반면에 해외 상생 수준은 58.29점으로 보통 수준에서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들보다 해외 글로벌기업들과의 협력이 더 원활하다는 뜻이다.

 이는 추가적으로 확인한 개방과 공유, 네트워크 추세 대응 기업 현황에서도 확인됐다. 글로벌 IT기업 가운데 개방과 공유(Open) 추세에 가장 잘 대응하는 기업과 대응이 미흡한 기업을 물었다. 조사 결과 오픈 추세에 잘 대응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구글(28.8%)과 애플(22.1%)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에 대응이 미흡한 기업으로는 노키아(18.3%), 삼성(14.0%), MS(10.1%) 등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협력과 상생의 네트워킹(Networking) 추세에 가장 잘 대응하는 기업으로는 구글(24.6%)과 애플(22.3%), MS(10.2%)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에 대응이 미흡한 기업으로는 노키아(20.4%), 닌텐도(12.2%), 삼성(12.0%) 등이라는 의견이었다.

 구글과 애플, 국내 IT산업에 충격과 위기를 불러 온 주역들이 개방과 공유, 협력과 상생을 잘하는 기업 리스트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자료:ETRC

 

  자료:ETRC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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