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명품매장의 판매수수료에 대한 전면 조사에 돌입함에 따라 그동안 사정(司正)의 무풍지대였던 해외 명품업체들의 그릇된 관행이 법의 `철퇴`를 맞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뷔통과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은 주요 백화점들이 국내 중소 입점업체에는 30~40%대의 높은 판매수수료를 물리면서 이들에게는 현저히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데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적잖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들 명품업체는 그동안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 백화점들에 각종 무리한 요구를 해왔는데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공정위 등 관계당국의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다.
특히 이들이 `슈퍼 갑`으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백화점 측에 고가의 매장 인테리어비를 전액 부담하라고 강요한다거나 일부 지방 매장의 경우 판매수수료를 거의 `0`에 가까운 낮은 요율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입점업체들에는 백화점이 `슈퍼 갑`일지 모르지만 해외 명품업체들에는 오히려 백화점이 `슈퍼 을`"이라며 "명품업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애프터서비스(AS)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상당수 명품업체들은 국내에 제대로 된 AS센터를 갖추지 않고 고객의 수선 요구가 들어오면 명동의 사설 수선업체에서 `날림 수선`을 한다거나, "우리 고객들은 제품이 고장나면 수선하지 않고 버리고 새로 산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아예 AS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원 등에는 명품업체의 부실 AS 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매년 수백건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거래강제 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해외 명품업체들의 행태가 실정법 위반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명품업체가 이번 조사의 주요 타깃은 아니지만 실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를 위시한 정부 당국이 자칫 외교마찰로 번질 것을 우려해 해외 명품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이라는 시각도 있어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