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를 확보하고 융복합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 어젠다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다한 대학 등록금, 대학 경쟁력 부족, 과학기술 연구개발 체계 구축 등 과제가 많다.
전자신문이 창간 29주년을 맞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50)을 만나 교육과 과학 분야의 대책과 정책 비전을 들었다.
취임 1주년이던 지난 8월 30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장관은 “장관직이 그 어떤 직책보다 제일 보람이 있는 것 같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그는 “다른 부처의 정책도 그렇지만 교과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현장에 부드럽게 착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사교육 문제와 관련해 “학부모가 바뀌어야 사교육이 준다. 사교육비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3.5% 줄었다. 크지 않아도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가진 교육과학기술부 2011년 업무보고에서 교과부는 6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그간의 정책 추진 성과는.
▲6대 중점과제는 우리 교육을 입시 위주에서 글로벌 인재양성으로 바꾸고, 창조형 선진과학기술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분야는 ‘5세 누리과정’ 도입, 마이스터고 및 입학사정관제 정착, 수석교사제법과 학원법 통과, 서울대 법인화법 제정 등이다. 과기분야는 R&D 예산의 획기적 증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계획 확정, 융합인재교육(STEAM) 도입, 체계적 글로벌 박사 지원(GPS) 시스템 구축 등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추진 중인 정책의 현장 착근을 도모하면서도 향후에는 ‘공생 교육’의 이념을 구현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둘 것이다.
‘소수만을 위한 학력경쟁’이라는 과거 패러다임을 넘어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excellency for all)’을 위해 △교육기부 활성화 △특성화고 선취업 후진학 체제 구축 △‘기초학력’ 부족학생과 ‘정신건강’ 장애로 뒤처지는 학생에 대한 체계적 지원 등 ‘한 명의 낙오 없는 탄탄한 교육체제’를 구축하겠다.
-교과부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EBS-수능 연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능 방송 교재에 상당한 오류가 발견돼 재발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책은.
▲지금까지 발생한 오류에 대해서는 수험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수능준비에 차질 없도록 신속하게 EBS수능사이트인 EBSi에 정오표를 게재했다. 아울러 8월 말까지 280여명을 투입해 EBS 연계교재를 전면 재검토했고, EBS 연계교재 정오표 소책자도 별도 제작하여 일선학교에 9월 초까지 무료배포했다. 지난 1일 EBSi에 최종 정오표를 게재했고, 지난 8일까지 전국 학교에 최종 정오표 소책자 총 18만5000부를 배포했다. 내년에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ISO 품질인증체제를 도입해 EBS 교재 개발과정을 시스템화하겠다. 또 교재개발 집필진과 감수인력을 확충해 오류 사례가 재발하지 않게 만전을 기할 것이다.
-최근 벌어진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문제로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이 많은 혼란을 겪었다. 민간 기업의 개발 실수를 관리 감독할 체계는.
▲나이스 성적 관련 오류는 해당 학교의 적극적인 협조로 빠르게 재처리를 완료했다. 현재 재발 방지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점검단이 활동하고 있다. 특별점검단을 김채규 단장 외 23명으로 구성해 8월 한 달간 운영했다. 특히 민간 기업의 개발 실수를 관리 감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이 도출될 것인 만큼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기술적 조치, 제도 개선 등 나이스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을 장·단기로 구분해 추진할 계획이다. 9월부터는 나이스를 통하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온라인 교원평가가 진행되고 대입 전형자료를 송부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나이스특별대책단도 구성했다.
-과도한 대학 등록금 탓에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는 커녕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이 지나치게 등록금에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의 등록금 책정 과정에 문제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장관의 의지와 계획은.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재정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부실대학에는 재정지원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부실대학 구조조정은 반드시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더 이상 시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선정했고, 연말까지 경영부실대학도 현지실사 등을 거쳐 선정할 것이다. 특히 중대한 부정·비리 대학, 감사결과 불이행 대학 등은 하위 15% 대학 포함 여부에 관계없이 별도로 퇴출 절차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배분한 내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예산이 당초 요청한 금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과학벨트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교과부에서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한 방안이 있나.
▲과학벨트 예산이 삭감된 것은 사업규모나 내용의 변동 탓이 아니라, 사업 일정에 대한 국과위와 교과부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과부는 내년 초부터 연구단 선정 지원,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등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국과위는 이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상정하고 6개월 분의 소요금액만 반영했다. 과학벨트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국과위 설립으로 교과부의 과학 관련 업무가 대폭 줄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곧 출범한다. 교과부 내 조직도 원자력과 우주 일부를 제외하면 과학 분야는 소규모에 불과하다. 향후 과학 관련 분야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
▲과학기술 분야의 콘트롤 타워로서 지난 3월 국과위가 출범해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기획,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의 예산배분 조정 및 평가 등 국가 과학기술에 대한 종합조정 기능이 강화됐다. 국과위 때문에 교과부의 힘이 약화된다든지 두 조직 간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국과위와 교과부 체제는 가장 선진화된 체제다. 교과부는 과학인재의 효율적 양성에 적합하고, 국과위는 부처에 흩어진 R&D의 조정에 적합하다.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지 갈등 관계는 아니다. 교과부는 국과위와 역할분담을 통해 긴밀히 협력하고, ‘R&D 수행, 인프라 구축,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3박자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교과부는 R&D예산이 가장 많은 부처로서 정부 R&D를 선도해 나갈 책임이 있다. 기초연구의 산실이자 우수한 인력이 집중돼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R&D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또 과학벨트 사업을 본격화해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거점을 구축하고, 안정적 연구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융합인재교육(STEAM), 과학기술특화대학의 특성화 발전 지원 등을 통해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에 역점을 둘 것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국가의 사활이 걸렸다. 전략적 국가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출연연 선진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보나.
▲교과부는 2011년도 6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전략적 국가 R&D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17년까지 총 5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거대한 기초과학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R&D 패러다임을 ‘선진국 지식·기술 모방형’에서 ‘신지식 창조형’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사전에 세부 연구 분야를 정하지 않고 우수한 과학자를 유치하는 ‘사람중심’ 지원체계와 우수한 신진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개방형 인력 구성, 기초연구 자원이 풍부한 대학과의 연계 운영 등 혁신적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존 출연(연)과 국가 R&D사업 등의 역할분담과 연계방식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투자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 이와 함께 국과위를 중심으로 15조원에 이르는 정부 R&D투자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갈 것이다. 또 출연(연) 선진화 등 국가 미래와 직결되는 주요 과학기술 이슈들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교과부가 솔선수범할 것이다.
-해양연과 해양대, 카이스트와 생명연 통합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교과부에서는 이 작업을 끝까지 관철시킬 건가.
▲이명박 정부는 R&D 투자의 확대와 함께 교육과 R&D 기능을 연계해 시너지를 만들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대학과 출연(연)의 연계 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했다. 출연연 개편은 통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벽을 허물어서 연구의 자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연구가 활발해지고 신나게 연구할 수 있다. 정권 후반기에 출연연 개편을 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의견이 있는데, 이것은 언제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정책은 지난 정부에서 한 일이 다음 정부에서 결실을 맺기도 한다. 대학과 출연연을 비교하면 대학이 훨씬 자율성이 있다. 서로 연계해야 자율성이 커진다. 개혁의 목적은 출연연 연구 자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무조건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다. 먼저 기관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해양대-해양연, 카이스트-생명연 등의 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계 협력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연은 당초 국회의장이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국토해양부, 해양연 등 관련기관이 함께 협의해서 의견이 접근되고 있으므로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관계기관 간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다.
-향후 계획은.
▲상반기엔 초중등교육 부분의 변화에 집중했다면, 하반기엔 대학과 출연연 변화에 집중할 것이다. 장관이 된 후 기업을 많이 만났다. 상반기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의 채용 협약 때문에 만났다. 하반기엔 초·중등학교 교장 대상의 기업연수 등을 위해 기업을 방문하려고 한다. 교육기부가 활발해 지면 체험 교육이 확산된다. 초·중등학교는 교장이 바뀌면 크게 바뀐다. 이 때문에 내가 아버지학부모포럼 등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강연을 계속할 계획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주호 장관 약력
이주호 장관은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 1979년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3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학사학위를, 1985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8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됐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이 됐고, 이후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2008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2010년 8월 제3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취임했다. 저서로는 ‘고용대책과 인적자원개발’과 공저인 ‘교원보수의 경제분석과 정책개혁’ ‘자율과 책무의 학교개혁:평준화 논의를 넘어서’ ‘자율과 책무의 대학개혁’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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