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는 지난 24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회사 중 하나다. 메모리와 아날로그반도체로 시작해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넓혀가더니 어느새 세계적인 멤스(MEMS 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업이 됐다. 기울기를 측정해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바로 ST마이크로의 대표적 MEMS 제품이다. 최근 MEMS 센서는 인간과 기기 사이의 인터페이스로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이 회사 MEMS 매출은 전년 대비 63%나 뛰어올랐다. 이 분야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한 2006년에 비해서는 10배 성장했다.
ST마이크로는 ONE IT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떠오르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때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 합작·협력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새로운 사업에도 늘 열려있으며,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ST마이크로를 2005년부터 이끌어 온 카를로 보조티 CEO(사장)가 지난 19일 한국을 찾았다.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그는 고객을 만나고 한국직원들에게 그의 비전을 소개하는 일정까지 소화해냈다. 보조티 사장의 열정적인 모습은 주변사람을 감염시킨다. 인터뷰 시간이 짧을 것을 우려해 미리 전화인터뷰까지 진행했다. 몇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에게서는 마치 벤처기업 CEO와 같은 느낌이 풍겨졌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혁신에 대한 노력과 열정 때문이다.
보조티 사장은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 요소”라며 “혁신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987년 SGS-톰슨 합작으로 태어난 ST는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 세계 5대 반도체기업, 매출 100억달러 돌파 등 기록을 세웠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ST마이크로가 개척하고자 하는 분야는 최근 한국에서 떠오르는 시장과도 맞아떨어진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올 때면 더욱 활력이 넘친다.
다음은 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몇 년 간 있었던 ST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최근 ST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MEMS 비지니스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MEMS는 전자 분야에서 센서 성능을 처리한다. ST는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압력 센서, 지자기 센서 등 수많은 센서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와 같은 모든 스마트 소비가전 기기뿐만이 아니다. 의료용 센서, 자동차용 센서, 컴퓨터 주변기기용 센서, 산업용 센서 등에 적용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무(無) 상태였던 MEMS 비지니스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현재 자동차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T가 강조하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인가.
▲ST는 센스&파워와 멀티미디어컨버전스 2개 분야에서 절대 강자가 되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센스&파워 분야에서는 MEMS와 파워제품들, MCU, 아날로그 제품들로 뛰어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분야는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컨버전스 분야에서는 ST-에릭슨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이 두 분야 기술 선도로 인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 ST의 궁극적인 목표다. 첨단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통해 친환경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최고 신뢰성을 갖춘 정보보호 솔루션으로 보다 안전한 사회 실현도 가능하다.
-신사업이 때로는 직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CEO로서 신사업을 개발하는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MEMS 주도권은 우리 직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T와 같이 규모가 큰 반도체 회사도, 소규모 비즈니스에 독립성과 유연성을 부여해 세계 1위 비즈니스로 키울 수 있다.
직원들은 MEMS 사업 개발에 참여하였던 다수의 직원들이 성공을 거두는 것을 지켜봤다. 신사업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지원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선순환의 출발이 됐다.
중요한 점은 ST가 적극적으로 직원들 신사업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이를 육성시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방적이면서도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시 어떻게 대응했는가. 현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2008년 중반에서 2009년 중반까지 ST는 생산부문에서 비용 절감 조치를 강력하게 실시했다. 그럼에도 R&D 투자비는 줄이지 않았다. ST는 자사 매출 22% (2008년)와 28% (2009년)를 R&D에 투자했다. 2010년도에도 23%로 역시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경기 회복에 맞춰 중요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고, 재정 상태도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우리에게 R&D 투자 삭감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한국 조직 확장에 대한 계획은.
▲ST 한국 사업장 규모는 다른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최대규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 ST 한국지사에는 260여명 직원이 있다. 영업 마케팅 업무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센터(기술 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애플리케이션과 디자인 등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 사업장을 보강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한국은 ST 전사적으로 매우 우선시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달성한 매출이 약 14억달러 수준이다.
-한국시장을 평가한다면.
▲한국기업은 소비가전, 모바일,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 경쟁력을 든다면, ‘확실한 타깃을 잡고 공격적이며 과감한 R&D를 실행한다’는 것이다. 또, 빠른 결정과 신속한 실행도 경쟁력이다. 한국 기업이 헬스케어, 바이오, 스마트그리드 등 차세대 성장 동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차세대 성장 시장은 다음과 같이 ST 4개 주력 사업 분야와 딱 맞아 떨어진다. ST는 △스마트 소비가전 기기 △에너지 관리 및 절감 △헬스케어 및 복지 △보안 및 정보보호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ST는 한국 기업들과 혁신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CEO로서 결단을 내려할 때가 많을 것 같다.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중요시하는 원칙이 있는가.
▲위기 사항에 대처할 때 단기적으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올바른 절충안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2009년 ST가 가장 우선시한 경영방침은 회사 현금 보유고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 미래를 생각할 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R&D 투자이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뛰어난 업무 수행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노베이션 정신을 잃지 말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을 이뤄내야 한다. MEMS 사업을 성장시켰던 방식처럼 말이다.
-근래 몇 년간은 스마트기기가 가장 큰 변화를 이끈 것 같다. 앞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어떤 분야라고 생각하는가.
▲반도체 기술은 사회적인 주요 도전 기술을 실현하는데 더욱 더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선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 세계 인구가 2050년에 93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에너지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증가될 것이다.
인구 노령화도 큰 변화 흐름이다. 헬스케어와 복지 분야에 대한 개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또, 중산층(미들클래스) 소비자 인구는 2030년이 되면 13억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제품과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 근거해 ST는 앞서 말한 4가지 신생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선정해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소비가전 기기 △에너지 관리 및 절감 △헬스케어 및 복지 △보안 및 정보보호 분야가 그것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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