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 풍력발전기, 주요 부품은 외산?

 새롭게 개발 중인 국산 대형 풍력발전기 주요 부품이 외산으로 쓰일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풍력발전시스템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5㎿급 이상 대형 풍력발전기에 외산 블레이드(날개)·대형 베어링 등이 적용될 전망이다.

 블레이드와 베어링은 풍력발전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부품이지만, 국내 부품 업체들은 대형 시스템에 적용되는 기술과 경험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STX는 5.5~7㎿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내년 여름부터 시제품이 나오기 시작해 2015년까지 대부분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블레이드·베어링업체들은 5㎿급 제품 개발에는 착수했지만 5.5~7㎿ 개발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블레이드업체 KM과 데크항공은 5㎿급 초과 제품 개발에 대해 “준비 중이지만 착수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라정밀 등 주요 베어링 업체들도 7㎿ 제품 개발은 아직 검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업체들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부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개발 착수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기술이 개발돼도 일정 수요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 업체의 계획만 믿고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부품업체 간 개발 속도에 차이가 생기면서 이미 일부 시스템 업체들은 스페인·덴마크 업체의 블레이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80㎿급 서해안 해상풍력 실증단지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준공시기(2014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업체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기어박스와 같은 부품까지 수입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외산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아직 대형 블레이드·메인베어링 제작이 힘든 상황”이라며 “설사 기술이 있더라도 시스템 업체가 얼마나 구매할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라인 구축이 힘들고, 단일 주문식으로 생산하게 되면 단가가 높아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