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ST마이크로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출발부터 드라마틱한 역사를 그린 반도체 회사다. 1987년 이탈리아 SGS 마이크로일렉트로니카와 프랑스 톰슨세미컨덕터가 50대50으로 합병해 태어났다. 합병된 회사 재무 실적은 매출 8억5000달러, 손실 2억200만달러, 부채 6억7100만달러였다. 적자상태이던 SGS와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던 톰슨의 합병에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언론은 ‘이번 합병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SGS CEO였던 파스칼레 피스토리오가 합병된 회사 CEO가 됐다. 그는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프랑스 3개 공장과 아시아 1개 공장을 폐쇄했고, 1000명 감원을 단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D램과 같은 메모리나 표준제품에 승부를 걸 수 없었다. 이들 제품은 상당량 자본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GS-톰슨은 특정 고객을 위해 개발 및 생산해야 하는 시스템 LSI로 눈을 돌렸다.

 5년 동안 적자를 지속하다가 1992년에 들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노키아와 비즈니스가 확대됐으며,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상태가 호전되자 SGS-톰슨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세계 최초로 MPEG2 디코더 IC를 출시하면서 셋톱박스 분야 리더십을 움켜줬다. 1994년 파리 증권거래소 및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했다. 중국 선전 일렉트로닉스 그룹과 합작해 중국에 최초의 후공정 생산시설을 설립하기도 했다.

 1998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 개명하고 밀라노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다. 그 이듬해 세계 반도체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후 지금은 세계 5위 반도체 회사로 자리잡았다.

 2005년 카를로 보조티가 피스토리오의 뒤를 이어 사장 및 CEO로 임명됐다. 지금 CEO다.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ST마이크로는 2005년 하이닉스와 합작해 중국에 하이닉스ST를 설립,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ST-NXP와이어리스를 설립하고,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분사해 뉴모닉스를 설립한다. 뉴모닉스는 인텔 및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와 협력해 세운 회사다. 또, 2009년에는 무선 분야 공략을 위해 에릭슨과 50대50 합작사인 ST-에릭슨 설립한다. 지난 해에는 에넬(이탈리아 전력회사), 샤프와 공동으로 태양광 패널합작사 ‘3Sum’을 세웠다. 하이닉스와는 지난해 지분관계를 청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