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대선 가상대결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박근혜 vs 안철수’다. 안 교수는 교단 컴백을 선택했지만, 안풍은 여전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대한 그의 양보는 오히려 그를 유력한 대선후보 주자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철수 교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 기성 정치권에 기대할 게 없다는 반작용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변화를 바라고 있으며, 새로운 리더십과 지도자상을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다. 안철수 교수의 해맑은 얼굴은 몸싸움을 하면서 악을 쓰는 여의도 의원들과 대비된다. 권위주의 상징인 기성 정치권과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그의 가치는 오히려 빛을 발한다.
국민들의 눈에 여당과 야당 의원들은 ‘그들’일 뿐이다. 나와 우리가 될 수 없는 영원한 3인칭에 머문다. 단지 직업 정치인 정도로 인식한다.
지난 19일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장에서의 에피소드는 이 같은 인식을 강화시켜 준다.
가수 유열 씨는 국감장에서 박수를 쳤다는 이유로 호되게 당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장차관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야당의원의 지적에, “상호존중하자는 의미에서 님자를 붙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재희 문방위 위원장이 답하자, 공감의 박수를 쳤던 것이었다. 박수소리가 나자, “누구야? 지금 누가 박수를 쳤어”라는 의원들의 호통과 질책이 이어졌다. 급기야 그는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통상 국회의원들은 동료 의원을 부를 때 수사를 붙인다. 여·야, 선·후배를 떠나 ‘존경하는 ○○○ 의원님’이 그것이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몸싸움을 벌였던 의원들은 그 다음날 또 다시 서로 존경하는 사이가 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의원들은 특정 지역구 주민들로부터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지닌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강력한 권력이 주어진다. 이 권력은 주민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은 정당화된 권력이다.
이제 지역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위’가 자칫 과도한 권위주의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통과 상호존중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전 영역에서 필요한 가치다. 안풍은 완전 소멸되지 않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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