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이미 금융위기 진입(?)

 수출, 내수, 기업수익률이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외국자본은 한국시장에서 돈을 빼면서 원·달러 환율 불안이 지속됐다. 환율 상승이 세계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현상이 아니어서 수출기업에도 별다른 이득이 못된다. 유럽과 미국 수출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미국·일본 신용강등과 최근 이탈리아 신용하락을 연달아 겪어온 한국 경제가 이미 금융위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환율 고공행진…기업 수익엔 전혀 도움 안돼=21일 원달러환율은 1149.5원까지 올랐다. 지난 8월1일 1049원이었던 원달러환율이 34거래일 만에 100원 이상 치솟은 것이다. 환율 고공비행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위기 돌파의 에너지가 됐다. 당시 2~3년만에 되살아난 메모리 가격과 급증한 액정패널 수출은 우리 기업들의 수익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현 환율급등은 달러화의 가치 상승보다는 유럽 송금분 달러 전환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수출이 잘돼 기업들의 영업외수익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도 좋은 것이지만, 지금 현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리먼브러더스사태가 터진 지난 2008년 9월 환율인 1160원 선에 바짝 다가선 현 원달러환율은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시한폭탄일 뿐이다.

 시장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나오거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진다면 급등세가 다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가는 오르지만, 불안한 움직임=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6.31(0.89%) 오른 1854.28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7.40(1.57%) 오른 477.51로 장을 마쳤다. 언뜻 보기엔 상승세를 지킨 것 같지만 안으로는 허약한 징후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 20일까지 1조272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중 유럽계 자금이 7560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금이 향하는 곳이 금융위기의 한복판 유럽인 것이다.

 같은 기간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은 9579억원을 순유출했다. 영국이 6796억원, 프랑스가 2185억원의 자금을 각각 빼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같은 흐름을 막거나 둔화시킬 수 있는 장치는 없다”며 “상황을 주시하면서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지, 팔지 말라고는 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상장사 재무담당임원(CFO)는 “기업 차원에선 투자자 성격보다는 수출이 더 큰 문제”라며 “유럽 국가들이 연쇄 디폴트로 시장 수요가 사라진다면 상상하기 힘든 충격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외환 건전성이나 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의 지표만으로 ‘안전론’을 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