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가 어제 ‘국가 주파수 회수·재배치 계획’에 딴죽을 걸었다. 아날로그 TV방송에 쓰던 주파수 700메가헤르츠(㎒)대역을 내놓지 않으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년 12월 31일 새벽 4시에 아날로그 TV방송을 중단한 뒤 공백상태가 될 700㎒대역(698~806㎒)의 쓰임새를 새로 정하려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가로막고 나섰다.
방송협회는 “아날로그 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지상파 방송의 공익적 역할이 계속 구현되어야 한다”며 700㎒대역의 이동통신 활용에 반대했다. 주파수 경매로 가면 소비자 부담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꼭 700㎒대역을 틀어쥐어야 지상파 방송 공익성을 구현하는 게 아니다.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 주파수 대역을 찾지 않고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이보다 방송용 주파수 대역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에 받을 보상치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더욱 현실적이다. 주파수 경매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경매로 가도 이 제도의 문제점은 용도와 무관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2007년 세계전파회의는 700㎒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에 쓰기로 했다. 이탈리아를 빼고 웬만한 나라가 광대역 이동통신에 쓸 요량이다. 세계적인 쓰임새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외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자를 헤아릴 때 이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에 쓰는 게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3차원(D)이나 초고선명(UD) 같은 차세대 TV방송에 필요하다는 주장도 무리다. 너무 이르다. 3D는 물론이고 UD 관련 표준조차 정하지 못했다. 시장이 열릴 기미도 없다. 이 때쯤 통신과 방송 구분 자체가 의미를 잃을 지 모른다. 벌써 주파수를 달라는 것은 억지다.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말자. 주파수는 매우 소중한 공공재다. 기득권에 매몰되면 안 된다.